BuzzWeb/홀로토크

3대 PC통신업체 뭐하니?

BUZZWeb 2008. 12. 26. 18:58

텍스트 기반의 PC통신을 사용했던 때가 그리웠다고 얘기한다.

 

먼저 PC통신업체를 접속하기 위해 모뎀이라는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지금의 랜카드 같은 것인데......랜카드를 달고 있는 PC라고 해 봐야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에 불과했고, 정보검색을 위해 PC에 모뎀이라는 걸 달았다는 것은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014XX 번호로 접속해도 어려운(?) 가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입한 이후에 파란화면의 초기화면에 명령어 입력을 기다리는 커서만 껌벅거리고 있다. 명령어도 모르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초보자에게는 파란화면은 지금 윈도의 파란화면에 맞먹는 것이다. 뭘~! 어떻하라고?

 

우선은 번호를 하나씩 눌러보다가 어떻게 go 명령어를 알게 되면 마치 날라다니는 기분이 든다. 매일 게시물만 읽다가 w 명령어를 알게 되어 글도 쓰는 날에는 글 올린 게시판만 들락날락한다. 자료실에서 자료도 다운받고 한참 혼자 놀다가 동호회를 가입하는 날에는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 채팅을 하게되고 의견도 교환하고 도움도 받게 된다. 처음 채팅하는 날은 처음 명령어를 몰랐던 날처럼 생소한 명령어에 또 한 번 식은 땀을 흘린다. 그렇게 그렇게.......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졌다.

 

1986년 천리안, 1988년 하이텔, 1994년 나우누리, 1996년 유니텔이 PC통신 사업을 시작하였다. 천리안은 다소 폐쇄적인 포럼이 많았지만, 결속력이나 고급정보들이 많았다. 특히 해외의 고급DB를 제공하고 있어 양질의 정보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인기가 높았다. 요금제도 정액제가 아니라 기본요금+정보사용료로 구성되어 있어 다소 비싼 편이었다. 하이텔은 서비스의 질적인 면은 천리안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PC통신 스타들이 많았다. 통신작가로 불리던 이들이 유머란을 비롯한 각종 게시판에서 활동하였다. 그들의 글을 읽기 위해 가입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나우누리는 처음으로 14kbps모뎀을 서비스 하면서 유명해졌다. 하이텔과 유사한 화면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후발 주자답게 사용자들의 구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유니텔은 텍스트 기반이 아닌 그래픽 기반의 전용 브라우저를 제공하며 야심차게 출발하였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이전이었다.

인터넷을 접속하는 것은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가 아니면 힘들었다. 접속해도 볼 만한 정보가 없었다. 개인을 위하여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PC통신업체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가장 일반적이었다. 처음에는 돈을 내고 이용했으나, 정부에서 014xx 서비스를 통해 접속비를 제외하고 무료로 제공하면서 PC통신업체들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유니텔의 경우 사업초기부터 전용 브라우져인 유니윈과 인터넷을 손쉽게 접속하게 제공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 접속을 위해 접속 소켓을 설치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했다.

 

90년대 후반부터 3대 PC통신업체들이 하나, 둘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세상은 발빠르게 인터넷 세상에 빠져들었지만, PC통신업체들은 1인당 1만원 내외의 요금을 내고 있는 사용자들의 손아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의 텍스트 기반의 서비스를 원했지만 정부의 PC와 인터넷 보편화 정책에 따라 개인의 인터넷 접속이 점차 쉬워지게 되었다. PC통신업체가 아니라 인터넷 통신업체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3대 통신업체인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는 텔넷접속 메뉴를 갖고 있다. 물론 접속도 가능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 예전 향수가 그리워 접속해도 아무도 없는 빈 방에 불과하다. 얼마 전 뉴스에 "추억 하이텔, 인터넷에서 해보실래요?" 라는 기사가 났었다. 하지만 기사 속의 사이트는 금새 자취를 감추었다. 텔넷의 향수에 불과했던게다.

 

 

현재 하이텔은 파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인터넷 속의 파란을 일으키고 싶다는 모토를 걸고 다시 새출발했다. 1GB 메일 서비스를 제외하면 남들 다 하는 서비스를 뒷북치는 느낌이 강하다. 1GB 메일 서비스도 사실 뒷 북이었지만.......이미 큰 덩치를 어쩔 줄 몰라하는 포동이랄까? 문을 닫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모기업의 젖줄 때문일게다. 언제 젖을 뗄런지 모르겠다.

 

 

천리안은 chol.com으로 바뀌었다. 모기업인 데이콤이 LG로 인수되면서 수익성 높았던 과거의 명성만 남긴채 점차 잊혀져 가고 있다. 비교적 인터넷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그마저도 잊혀져 가고 있다. 심마니, 심파일,....낡은 계급장만 몇 개 남아 있을 뿐이다.

 

 

나우누리는 후발주자였던 만큼 누구 보다 어려웠다. 텔넷 사용자들의 반발도 커서 투자에 비해 남긴 것도 적었던 기업이다. 텔넷 기반의 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를 연동시키면서까지 명성을 이어가려고 했으나, 개발의 한계를 느끼면서 의욕 넘치던 개발자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빛이 바래졌다. 모기업인 나우콤은 최근에 PDBOX와 ClubBOX와 같은 P2P 서비스를 통해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반면 나우누리 서비스는 나우콤에서 분사한 나우SNT로 이관하였다.

 

 

유니텔은 가장 늦게 시작했던 기업인 만큼 급속도로 무너졌다. weppy라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선보이며 발빠르게 변신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이러저리 흩어지고 현재는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남겨져 있다.

 

PC통신업체의 특징은 유니텔을 제외하고 모두들 <텔넷 접속>이라는 메뉴를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이다. 유니텔도 텔넷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처음부터 전용 브라우저 사용을 권장했기에 텔넷 사용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인 듯 하다.

 

궁금한 점은 아직도 PC통신요금을 납부하는 이들이 있을까?

나우누리를 1만1천원에 납부하면서 매월 꼬박꼬박 납부를 했었다. 2000년까지 동호회, 한글 아이디, 이메일 때문에 여전히 이용료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적은 메일 용량과 낙후한 서비스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고 개선을 요구하였으나 개선의 여지가 없음을 알고 넷ID전환을 거쳐 결국 무료 이용자로 남게 되었다. 최근 기사에 정통부의 잘못된 탁상행정의 결과이긴 하지만 여전히 PC통신 사용자가 남아 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그들은 이용료를 내고 있을까? (* 참고기사 : '헉!' PC통신 이용자가 2,100만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