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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사이트, 개봉 후엔 어디로?

BUZZWeb 2008. 12. 26. 18:52

예전에 쓴 영화평을 쓰면서 공식 홈페이지 주소가 기입되어 있었는데.......

이 곳으로 옮기면서 다시 접속해 보니 대부분 폐쇄되어 있었다.

 

인터넷 문화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인터넷은 또 하나의 홍보 매체로 활용된다. 영화를 개봉하면서 네티즌의 입소문은 매우 큰 힘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일반인에 비해 충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안티를 양성할 우려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영화사들이 개봉 전 홍보매체로 홈페이지 개설을 한다.

 

영화 홍보용 홈페이지는 동적인 사이트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최신 기술과 아이디어가 총집합한다. 멋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공식 홈페이지는 매우 유용하다.

 

영화가 개봉되고 DVD가 발매되는 시점이나 케이블TV에서 영화를 만날 때쯤 다시 해당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대부분 엉뚱한 사이트로 접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폐쇄된 것이다. 다른 도메인에 비하여 사람들의 인지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폐쇄 이후 도메인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음란물 사이트로 연결되는 것이다. 다시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영원히 폐쇄되어 버리기까지 한다.

 

이렇게 멋있고 잘 만들어진 홈페이지가 효용가치가 낮아졌다고 폐쇄되는 것은 매우 아쉽다. 물론 일부 영화사들은 자사의 홈페이지의 하위 메뉴로 구성하여 공식 홈페이지를 유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 공식 홈페이지들은 위와 같은 과정을 겪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영화사들은 홈페이지를 개설하기 보다 주요 포털과 제휴를 맺거나 자체적으로 블로그와 미니 홈피를 이용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도메인을 갖지 않더라도 포털의 도움으로 쉽게 홍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영화 홍보와 홈페이지를 개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필요성이 없어지면 문 닫기도 쉽다.

 

이 같은 현상은 유행의 흐름이라도 볼 수 있다. 90년 후반 홈페이지 개설이 붐이었다면 최근에는 미니 홈피나 블로그가 대세다. 영화사의 공식 홈페이지도 그 추세에 편승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예전처럼 멋있고 볼만한 영화 홍보 홈페이지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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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 Special Feature

날 죽이면 포르노 귀신이 될거야!

 

 

 

 

한국영화 사이트, 개봉 후엔 어디로?

2003.02.13 / 한승희 기자 

 

“원래 영화를 좋아해요. 그렇다고 극장에 자주 가는 건 아니고 그냥 남들 보는 정도는 보죠. 극장에서 놓친 영화는 비디오로 빌려 보고요.” 평범하기 그지없는 영화 사랑을 피력한 이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다면 당신은 아마 놀랄 것이다. 컴앤네트웍스라는 인터넷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고한진 사장. 그는 영화에 취미도 있고 사업 감각도 뛰어난 전문 경영인이다. 그럼 고사장이 하는 사업은? 그는 현재 사용 기간이 만료된 영화 사이트 도메인을 인수해 성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응당 영화 사이트겠거니 하고 개봉한 지 좀 된 영화 사이트의 주소를 입력했다가 적게는 한두 개, 많게는 열 개 가까운 성인 사이트가 순식간에 열리는 경험, 다들 해봤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고사장이 그런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사람 중 하나다. 그는 마음에 드는 영화 사이트를 주시했다가 해당 영화 도메인의 사용 기간이 지나면 이를 인수해 자사의 도메인으로 재활용한다. 성인 사이트로 둔갑한 영화 사이트에 쏠리는 시선이 곱지는 않지만 고사장은 “휴대폰 요금 안 내면 서비스 중단되죠. 전 제가 마음에 드는 번호 찍어뒀다가 번호가 나오면 신청하는 신규 가입자일 뿐이죠”라고 말한다. 이번에 고사장이 접수한 번호는 <복수는 나의 것>(http://www.myboksu.co.kr)과 <해적, 디스코왕 되다>(http://www.discoking.co.kr)다. 기사를 쓰는 시점, 하나는 아직 살아 있고 하나는 잠들어 있는 괜찮은 이름의 이들 사이트들은 얼마 후면 원색적인 카피, 기기묘묘한 몸부림과 함께 돌아올 것이다.

 

왜, 어떻게 포르노 사이트로 둔갑하는가?

 

<해적, 디스코왕 되다>를 제작한 기획시대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개봉 당시 이 영화의 마케팅을 담당했던 정숙정 실장은 상황을 금세 알아차리고 짧은 한숨을 내뱉는다. “영화 하는 사람 마음이야 당연히 유지하고 싶죠. 그런데 영화 사이트는 용량이 커서 서버 유지 비용이나 관리가 만만한 게 아니에요. 기획시대는 회사 사이트가 없어서 컨텐츠를 CD로 받아놓긴 했는데, 회사 사이트가 생기면 그리로 옮겨야죠.”

 

흔히들 짐작하는 것처럼 도메인의 이전과 등록은 당사자들이 서로 아는 상태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오프라인 세계에서처럼 내가 비디오방을 부동산에 내놓았는데 새 주인이 전화방을 한다더라, 이런 것을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도메인 등록 업체에서는 현 사업자에게 도메인 만료 기한을 알려주고 현 사용자가 재계약의 의지가 없으면(kr 도메인의 경우 법인 사업자만 등록할 수 있으며 1년 단위로 갱신하는 것이 관례다) 다른 사업자에게 도메인 사용 권리를 이전한다. 순수하게 마케팅적인 관점에서만 봤을 때 영화 개봉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활약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는 극장 종영과 함께 무용지물이 된다. <박하사탕>(http://www.peppermintcandy.co.kr)이나 <파이란>(http://www.failan.co.kr)처럼 ‘...사모(... 영화를 사랑하는 모임)’가 있는 경우는 "처음 사랑 끝까지!"를 외치는 관객의 힘으로 장수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개봉 후 6개월에서 10개월 후에는 폐쇄가 된다.

 

좀더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2003년 1월 21일 하루 동안 2001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인터넷 사이트들을 다시 방문해 보았다. 2002년 개봉작은 이월 상영중인 영화가 있기 때문에 통계에 변수가 생길 우려가 있어 참고만 했다. 2001년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개봉 당시 인터넷 사이트를 연 영화는 총 51편. 방문 결과, 이중 현재까지도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는 영화는 전체의 31.4%인 16편이었다. 따라서 전체의 2/3가 넘는 68.6%가 사이트를 폐쇄한 것이다. <잎새>(http://www.yipsei.co.kr), <천사몽>( http://www.1004mong.com) 등 15편의 영화는 폐쇄 후 도메인 인수 사업체가 없는, 다시 말해 단순 폐쇄 상태고, <봄날은 간다>(http://www.springday.co.kr), <조폭마누라>(http://www.wifeisgang.co.kr), <화산고>(http://www.whasango.co.kr) 등은 성인 사이트로, <고양이를 부탁해>(http://www.titicat.com), <라이방>(http://www.ray-bang.com), <선물>(http://www.sun-mool.co.kr), <친구>(www.chingu4.co.kr) 등은 검색 엔진, 쇼핑몰 등 기타 사이트로 운영되고 있다.(<표1> 참조) 도메인이 유지되고 있거나 폐쇄된 사이트는 제외하고, 도메인이 이전된 사이트 20개 중 16개가 성인 사이트로 변경됐는데 이들 사이트의 주소를 치면 주로 XXX섹스(http://sakasisex.com/index.html), XX닷컴(http://www.jjaji.com), XXX재팬(http://www.892.jp/index.asp) 등의 성인 사이트 URL로 호스팅된다. 이들 URL은 디즈코리아, 애드퍼스트, BNC커뮤니티 등이 사이트 사업자로 소개되고 있으나 사업자 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실명 사업자와 통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성인 사이트는 서버를 외국에 두고 국내 도메인을 쓰는 경우도 많고 호스팅을 통해 100개 이상의 URL을 계속 바꿔가면서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른 URL의 성인 사이트를 보게 된다. 모 성인 사이트 운영자는 “파트너들이 포워딩을 시켰나 본데 우리는 그 영화 도메인을 계정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도메인 등록업체인 아사달(http://asadal.com/)의 이경용씨는 “영화 사이트는 홍보가 많이 된 도메인이라 성인 사이트 사업자 중에서 낙장 영화 사이트만 예의 주시하는 분들이 있다. 성인 사이트는 접속자수가 많아야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여러 사이트가 열리도록 포워딩 시켜놓는다”고 정황을 설명한다. 그리하여 2002년 개봉작 중에도 <공공의 적>(http://www.00enemy.com), <아프리카>(www.afrikagirl.co.kr), <정글쥬스>(www.junglejuice.co.kr), <피도 눈물도 없이> http://www.noblood.co.kr) 등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들은 이미 성인 사이트로 넘어갔고 이들 사이트에 무심코 들어갔다가는 엄청난 포르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한 해 2만2천 원이아까워서가 아니라

 

지난해 FILM2.0이 선정한 ‘최고의 인터넷 사이트’로 뽑힌 <봄날은 간다> 홈페이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사이트는 몰카 포르노와 일본 미소녀 갤러리로 둔갑했다. <봄날은 간다>의 홈페이지를 제작한 카인드인포의 박준원 대표는 애써 작업한 홈페이지가 공중분해되는 모습에 어느 정도 체념한 상태다. “싸이더스나 좋은영화처럼 영화사 자체 사이트가 있는 경우에는 폐쇄 후 영화사 사이트에 하위 폴더로 이식되니까 그나마 다행이죠. 저희들도 게시판을 제외한 컨텐츠는 따로 보관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도메인 자체를 폐쇄하면 일반 유저들에게는 없어진 거나 다름 없죠.” 해당 영화의 제작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반 관객이 영화사 사이트의 하위 폴더까지 찾아오는 걸 기대하기는 아무래도 무리다. 극장 상영이 지난 영화의 홈페이지를 찾는 유저들은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거나 다양한 정보를 얻을 목적 때문인데, '이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다'고 할 때는 당혹감과 배신감이, 여러 명이 뒤엉킨 남녀와 마주칠 때는 황당함과 불쾌함이 밀려온다. 이를테면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친구>의 개봉 당시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주소(www.chingu4.co.kr)를 찍어봤더니 그 친구는 없고 웬 검색 엔진이 나오더라, 이러면 유저 입장에서는 8백만 관객의 지갑을 열어간 영화사가 충분히 원망스러울 수 있다. 연간 도메인 사용료는 2만2천 원.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데 그깟 돈이 그렇게 아깝나?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도메인 등록 비용은 단돈 2만 원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월 20만 원에서 많게는 2백만 원의 서버 비용과 상당한 노동력이 들어간다. 새 영화 마케팅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지난 영화 사이트에 들어가서 게시판 광고물을 치우는 일이 그리 녹녹치는 않을 것이다. 대개 영화는 프로젝트당 투자사와 정산을 하는데 정산이 끝난 영화의 경우 인터넷 사이트 유지 비용이 계속 발생하면 영화사 경상비에서 지출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영화 상품에 대한 AS 정신, 영화 문화 발전에 대한 사명감, 다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결국 영화사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변명 아닌 변명이다.

 

이들은 영화사가 영세하고 작품수도 많지 않을 경우 할리우드처럼 투자 배급사가 개봉된 영화의 사후 관리를 해주는 것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할리우드영화의 경우 극장 개봉이 끝났더라도 비디오나 DVD가 출시되면 출시 정보를 사이트에 올리고 프랜차이즈 상품이 나오면 그 정보도 올린다. 아마존과 링크해 DVD, 화보집 등을 인터넷 쇼핑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한국영화도 이런 식으로 부가 가치의 지속적인 수혜를 입는 쪽이 마인드를 가지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영화는 오리지널 네거 필름 하나 제대로 보관 못하는 불모지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사이트 사후 관리를 논하는 게 시기상조일 순 없다. 성인 사이트 업체들이 영화 사이트에 눈독들이는 건 그만큼 개봉 후에도 이 사이트를 찾는 유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사이트가 개봉 당시에만 이용되는 반짝 마케팅 수단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수익성과 문화적 성과를 갖게 되는 시대가 서서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 2001년 한국영화 개봉작 인터넷 사이트 사후 현황(전체 51건)

1> 유지 16건 31.4%
2> 폐쇄 15건 29.4%
3> 성인 사이트 16건 31.4%
4> 기타(검색 엔진, 쇼핑몰) 등 7.8%

 

* 출처 : Film 2.0 , 200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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