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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받던 금융맨 코너 우드먼, 세계 장터서 깨친 ‘장사의 법칙’

BUZZWeb 2011. 6. 21. 13:56

[j Biz] 억대 연봉 받던 금융맨 코너 우드먼, 세계 장터서 깨친 ‘장사의 법칙’
“경제학자도 시장 상인에게 배울 점 있다”


“여러분은 정리해고됐습니다. 퇴직금은 1인당 최대 800파운드(약 140만원)입니다.” 웬만큼 낯 두꺼운 사람도 400명에게 이런 통보를 하려면 식은땀이 흐를 법하다. 특히 대상자가 그 회사에서 30~40년씩 일한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영국 런던의 내로라하는 회계·컨설팅 법인에서 억대 연봉을 받던 애널리스트 코너 우드먼(37)의 심정이 딱 그랬다. 상사가 ‘현장 경험’을 쌓으라며 내보낸 유리 제조업체 구조조정 현장에서 그는 ‘시티(런던 금융가)’와 작별해야겠단 결심을 굳혔다. “이러려고 경제학 공부를 한 건 아닌데”라는 회의가 들었단다. 여기까진 흔히 있을 법한 전개다. 하지만 진짜 얘기는 지금부터다.

 

김선하 기자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권을 떠난 이 친구, 어느 날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숫자놀음만 하는 금융계가 아닌 각국의 전통시장에서 생생한 ‘진짜 경제’를 배우고, 한 곳에서 산 상품을 다른 시장·국가에 내다팔아 돈까지 한몫 벌어보겠단 계획을 세운 것이다. 품목은 커피·칠리소스부터 살아있는 말·낙타까지 돈 되는 건 뭐든지. 우드먼은 일단 살고 있던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40만 파운드(약 7억원)에 처분한 뒤 이 중 일부인 5만 달러(약 5400만원)를 들고 ‘세계 거래 일주’를 시작했다. 반년 안에 원금을 두 배로 불리겠다는 그의 야심찬 계획은 과연 성공했을까? 그가 세계를 돌며 깨우친 ‘장사의 법칙’을 e-메일로 들어봤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말장사에 나섰다가 거친 상인들에게 된통 당한 우드먼이 키르기스스탄과 중국의 국경지대에서 바위에 걸터앉아 지도를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과연 이익을 낼 수 있을까.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친구와 함께 네팔에 갔다가 야크에 모피·육포 같은 상품을 싣고 티베트 국경을 넘는 상인들을 봤다. 티베트 출입국사무소가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이 네팔 장사꾼들은 국경이 어딘지도 모른다더라. 그저 몇 백 년 동안 계속 같은 길로 장사를 하러 다녔다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수백, 수천 년간 이어진 전통시장에선 거래가 어떻게 이뤄질까? 협상 과정은 내가 일한 금융시장과 어떻게 다를까? 내가 애널리스트와 경제분석가로 일하면서 쌓은 지식을 써먹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과연 내가 돈을 벌 수 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부닥쳐보기로 했다.”

 

 말은 ‘부닥쳐보기로 했다’지만 이 친구 상당히 치밀하다. 먼저 유명 TV 방송국을 찾아가 자신의 여행에 동행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제안해 승낙을 받아냈다. 여행기를 책으로 낼 계획도 세웠다. 말 그대로 타고난 ‘장사꾼’인 셈이다. 최근 그가 쓴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원제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가 국내에서도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현대경제연구원과 교보문고가 15일 공동으로 선정한 ‘휴가철 최고경영자(CEO)가 읽어야 할 도서 10+1’에 포함되기도 했다.

 

●언제부터 ‘거래’에 관심이 많았나.

 

 “나는 아일랜드 골웨이 출신이다. 부모님은 다 의사였다. 부모님께 ‘사업’을 배우진 않았단 뜻이다. 장사에 대한 관심은 약국을 운영하시던 할아버지를 도와드리면서 생겼다. 대학(영국 맨체스터대)에 들어가선 친구와 함께 2주에 한 번씩 학생 상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다. 돈벌이가 제법 잘 돼서 학교 다니는 내내 풍족한 편이었다.”

 

●금융권에서 일할 땐 얼마나 벌었나.

 

 “자세히 얘기하긴 그렇고…. 내가 했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들 연봉이 보너스 포함해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원)~25만 파운드(약 4억4000만원) 정도라고만 말해 두자.”

 

 우드먼은 부동산 거래에서도 소질을 보였다. 1998년 8만 파운드짜리 집을 사서 4년 뒤 두 배를 받고 팔았다. 여행 시작 전에 팔았던 집은 5년 만에 15만 파운드(약 2억7000만원)를 남겼다. 그는 회사를 그만둔 뒤 한동안 프리랜서로 투자자문 일을 하기도 했다. 일당 650파운드(약 120만원)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직장 그만두고 집 팔아 세계일주 한다니 남들이 뭐라던가.

 

 “완전히 정신나갔다고 하더라. 특히 집까지 판다니까 가족·친구들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 일로 돈을 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다.”

 

●여행 코스를 설명해 달라.


 

 

일러스트=이익선
“아프리카 수단에서 시작해 잠비아·보츠와나·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아시아에선 인도·키르기스스탄·중국·대만·일본을 돌았다. 이후 멕시코·브라질을 거쳐 영국으로 돌아왔다.”

 

●주로 신흥국을 찾은 이유는.

 

 “일본을 빼면 나머지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들이다. 그래서 사업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득 수준이 너무 낮은 극빈국이나 너무 높은 선진국은 되도록 피했다. (이방인이) 사업을 할 여지가 별로 없을 것 같아서였다.”

 

●수단이 첫 거래 장소였나.

 

 “사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모로코에서 시험 거래를 해봤다. 생산 현지에 찾아가 350유로(약 55만원)에 산 카펫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600유로에 팔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수단에선 일이 잘 안 풀렸다던데.

 

 “처음부터 그리 쉽진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애초 계획은 수단에서 낙타를 산 뒤 이집트에서 팔아 이익을 내는 것이었다. 수단의 낙타 거래는 신용위기를 부른 서구 금융권의 거래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중간 거래상을 계속 거치지만, 낙타만 오가고 정작 돈은 낙타가 최종적으로 이집트에서 팔려야 역순으로 지불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직접 거래를 하면 돈을 남길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수단의 낙타 상인들이 생각보다 거칠더라. 더구나 서양인이 자기들 시장에 끼어드는 것을 싫어했다. 낙타가 1000마리는 넘게 있었는데 한 마리도 살 수 없었다. 심지어 스파이로 몰릴 뻔하기도 했다. 낙타는 사지도 못했는데 미리 대절해 둔 트럭이 달려와 낙타 어디 있느냐고 하더라. 내가 미안하다며 50달러 주겠다고 했더니 150달러를 요구했다.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웠던 거래는.

 

 

 

(사진설명)키르기스스탄 톡토굴 인근에서 우드먼이 말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설명)보츠와나의 농장에서 칠리를 살펴보고 있는 우드먼.

 (사진설명)우드먼이 일본 후쿠오카 인근에서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설명)잠비아의 커피농장에서 상품 설명을 듣고 있는 우드먼.

 

 “낙타를 못 산 바로 다음에 했던 커피 거래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커피 1.8t을 샀다(농장주가 kg당 최고 6달러를 불렀는데 우드먼은 3.95달러로 후려쳤다). 트럭에 커피를 싣고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1500㎞ 이상을 달려갔다. 세상에! 기린·얼룩말·코끼리가 도로를 가로지르더라. 남아공에 도착한 뒤 처음엔 커피가 생각처럼 잘 팔리지 않았다. 처음 찾아간 업자는 내 커피를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땐 정말 이번 여행이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끝장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계속 커피를 사줄 사람이 없는지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빙고! 마침내 구매자가 나타났고, 이익도 2000달러 가까이 남겼다. 사업에서 ‘인내’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었다.”

 

●그럼 가장 고생했던 건 낙타 거래인가.

 

 “아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말 거래를 하면서 정말 호되게 당했다. 처음엔 수단의 낙타 거래에서 기록한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될 줄 알았다. 말 네 마리를 산 뒤 고생고생 끝에 시장에 도착했는데 보드카를 잔뜩 마신 상인들이 험악한 분위기로 나를 맞았다. 말들은 계속 방귀를 뀌어대고 말이다. 나는 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말을 팔 대상도 그 사람들밖에 없었다. 말을 끌고 세계를 돌아다닐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말 상인들은 흥정이 시작될 때 두 당사자가 강하게 악수를 한 뒤, 거래 내내 손을 잡고 있는 관습이 있다. 내가 거래를 시작하자 구경꾼들이 몰려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너무 피곤했고, 제 값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팔 수밖에 없었다.”(우드먼은 말 장사에서 1263달러를 손해봤다.)

 

●고생담을 듣다 보면 웃음이 나온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나.

 

 “사람들이 내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어 하는 부분은 일이 잘 될 때가 아니라 뭔가 꼬일 때이더라…. 그만두고 싶은 때가 왜 없었겠나. 당장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적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내 기억으론 그런 순간이 항상 전환점이었다. 사업은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내가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건 뭐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겠지? 그러곤 다시 일어서서 길을 떠났다.”

 

●그런 경험을 소개한다면.

 

 “한동안 계속 손해를 보고 있던 때였다. 일본 후쿠오카에 도착해 고기잡이 배를 빌려 어부와 함께 전갱이 잡이에 나섰다. 잡은 고기를 판 뒤 6만 엔(약 80만원)을 어부에게 주고, 그 이상의 수익은 내가 갖는 조건이었다. 만 이틀을 꼬박 일했는데 들어온 돈은 6만150엔이었다. 내 몫은 150엔(약 2000원)이란 얘기다. 하지만 150엔도 이익은 이익이다. 최소한 손해는 안 본 것 아닌가. 실제로 이 다음부터는 모든 거래가 잘 풀려 이익을 남기기 시작했다.”

 

 우드먼은 이후 중국에서 산 서핑보드를 멕시코에서 팔고, 멕시코에서 구입한 테킬라를 브라질에서 판매해 수익을 챙겼다. 가장 큰 이익을 본 품목은 브라질에서 사들인 티크 목재다. 출발지인 영국에 가져가 팔았다.

 

●여행을 통해 얼마나 벌었나. 목표는 채웠나.

 

 “목표였던 원금의 두 배를 조금 넘겼다.”

 

●여행에서 얻은 결론은. ‘진짜 경제’를 알고 싶은 사람은 장터로 가야 한다는 것인가.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국의 ‘장터’와 같은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적어도 한두 가지는 배울 점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거래를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제 1법칙’은 뭐라고 보나.

 

 “협상에 들어갈 때 반드시 자신이 물건을 사들일 최고가격이나, 팔려고 하는 최저가격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가격에 맞지 않으면 미련 없이 일어서야 한다. 안 그랬다간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시도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라. 해보지도 않고 성공하길 바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음 번에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될 교훈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이기고 싶거든, 우선 그 속에 뛰어들어라.’”

 

●세상에는 모두가 직장을 얻을 만큼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정리해고 통지를 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일자리가 충분치 않다면 돈을 벌기 위한 다른 대안을 찾아내야만 한다. 사람들이 가장 창의적이 되는 때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만 할 때다. 바꿔 말하면 불황기야말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는 시기란 얘기다. 최근 몇 년 새 벌어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한다는 건 아직 좀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미래에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많은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바로 이 시기에 탄생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그중 한 예가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단기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이윤을 계속 창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j 칵테일 >> “물건 살 사람 소개해 주면 김 기자에게 수수료 줄 수도”

 

낙타·말 외에도 우드먼의 속을 단단히 썩인 상품이 있다. 중국에서 사들인 백옥이 대표적이다. 옥의 산지인 호탄에서 원석을 구입해 쑤저우에서 전문 조각가에게 조각을 맡겼다. 총 9214달러(약 1000만원)가 들어갔다고 한다. 고독한 표정의 나그네가 당나귀를 타고 하인과 함께 눈밭에서 매화를 찾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기껏 대만까지 가져간 옥이 안 팔렸다. 지나치게 높은 값(4만 달러)을 불렀기 때문이다. 1만3000달러를 부른 사람이 있었는데 안 팔았다. 결국 그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옥을 팔지 못했다.

 

●옥은 지금 어떻게 됐나.

 

 “올해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경매에서 팔 생각이다. 물론 한국 독자 중에서 내 옥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럼 한번 ‘협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 기자가 소개해 준다면 10%를 커미션으로 줄 수도 있다.”

 

 이 친구, 누가 천생 ‘장사꾼’ 아니랄까 봐 인터뷰 도중에도 장사 얘기다.

 

 

* 출처 : 중앙일보 2011.06.1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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