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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은 새로운 한국 문화

BUZZWeb 2008. 12. 5. 14:58

찜질방은 이미 한국인에게 중요한 휴식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가족·친지들이 모이는 연휴에는 많은 사람들이 찜질방을 이용한다. 같이 담소를 나누면서 건강을 챙기기에 적당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동네 목욕탕이 사우나 때문에 밀리나 했더니 찜질방이 동네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요즘 찜질방에는 동네 아주머니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노래방으로 시작해서 동네 노래자랑 대회까지 열리고 있다. 살 찐 분들을 위해서는 다이어트 체조나 요가까지 가르쳐 준다고 한다. 대형TV, 안마기, 헬스방, 식당 등 왠만한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 더군다나 24시간 운영이다. 같은 값에 찜질방을 안 갈 이유가 없다. 덕분에 동네 구식 목욕탕은 한산한 편이다. 예전 같으면 주말이면 북쩍거리는 곳이 찜질방에게 손님을 빼앗긴 탓이다. 나야 한적한 목욕탕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지만, 점점 동네 목욕탕이 하나씩 문을 닫고 있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지난 주말에 감기 기운도 있고, 몸도 뻐근해서 인근 찜질방을 밤 늦게 찾았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전부 모인게 아닌가 싶었다. 동네 꼬마들부터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마침 주말 드라마 방영시간이어서 다들 조용히 TV를 보고 있었다. 여긴 찜질방 안에 TV가 있어서 땀을 빼면서 TV시청을 할 수 있다. 남자 서너명이 TV 근처에 누워 드라마 주인공 얘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 주인공이 어쩌구저쩌구 하는데........다들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자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자상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풀스토리를 차근차근 잘 설명해 주셨다. 쩝~~~동네 다방 같은 곳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ㅋㅋㅋ 덕분에 나도 귀동냥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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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이 몸에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온열(溫熱)치료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방에서는 “찜질방은 사우나나 한증막과 마찬가지로 열을 가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한기(寒氣)와 사기(邪氣)를 몰아내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심장박동을 늘리고 혈관을 확장시키며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원적외선의 온열치료 효과 탁월

 

찜질방은 내부 온도가 섭씨 40~50도로 건식 사우나(70~100도)나 한증막(70~130도)보다 낮지만 온열치료 효과는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원적외선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7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달궈진 찜질방의 황토, 맥반석, 온돌, 게르마늄 등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피부 안쪽 4~5㎝까지 침투해 세포운동 등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적외선의 이같은 효과가 의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찜질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뻑적지근하던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근육통, 요통, 어깨결림, 관절통 등의 통증이 감소하고 조직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찜질방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은 현대인의 스트레스, 컴퓨터를 이용하고 장시간 앉아 있음으로써 생기는 근육통 등을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출산 후 산욕기가 지난 다음 몸이 시리고 아픈 증상이 있는 산후풍 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찜질방의 효과를 오해하거나 과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체중감량에 관한 것이다. 찜질을 하고 나오면 살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몸무게를 재 보면 1~2㎏ 정도의 감량효과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살이 빠지는 현상인 체지방 감소와는 무관하며 수분이 빠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다시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면 체중이 금방 원상태로 돌아간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찜질방 등에서 빼는 땀과, 운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땀은 성분이 다르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운동으로 흘린 땀은 몸 속 노폐물이 함께 배설되지만 찜질방이나 사우나 등에서 흘린 땀 속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미네랄과 수분이 빠져 나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따라서 찜질욕을 통해 장시간 땀을 빼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배부를 때 찜질하면 ‘소화불량’

 

찜질방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찜질욕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오랫동안 고온의 찜질욕을 하면 혈압이 올라가게 되고 체력이 급격히 소모돼 오히려 피로를 누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온에 오랜 시간 있게 되면 혈관이 팽창, 혈압이 내려가면서 필요한 혈액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 이때 탈수와 저혈압이 있는 경우 실신이나 쇼크, 사망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10분씩 쉬면서 5분 간 찜질욕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찜질 후에는 피부보습제를 발라주는 것도 권장된다. 찜질욕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 부족하게 되고 고온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피부보습제 등으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머리카락은 물기가 묻은 상태에서 고온에 접하면 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머리에는 수건을 두르는 것이 좋다.

 

찜질욕을 하면서 과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좋지 않다. 찜질방에 오래 있다 보면 출출한 배를 달래려고 군것질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배가 부른 상태에서 찜질욕을 하게 되면 위장 부담이 가중되고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다. 특히 이뇨작용을 부추기는 커피나 탄산음료는 삼가는 것이 좋다. 대신 30분마다 물을 마시라고 권한다. 미역국은 미네랄과 철분을 제공하므로 적당히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물론 빈속에 하는 찜질욕도 좋지 않다.

 

하지만 찜질방 이용을 자제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먼저 찜질방 사망사고의 개연성이 있는 순환기계 환자들이다. 예를 들어 수축기 혈압이 180㎜Hg 이상인 고혈압 환자, 심장병이 있는 사람, 몸에 열이 있을 때에는 피해야 한다. 또 갑상선기능 항진증 등 에너지 소모가 많은 만성질환자도 삼가야 한다. 피부 질환의 경우에는 안면 홍조증이나 실핏줄이 드러나는 혈관 확장증, 피부건조증이 심하거나 아토피성 피부염일 경우에도 권장되지 않는다.

 

체질별로도 찜질방이 권장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한방 체질의학적으로 봤을 때 태음인의 경우, 땀을 흘리면 몸이 개운해지는 등의 효과가 있으므로 찜질방도 잘 활용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소음인이나 소양인은 땀을 흘리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은 사람들이므로 과도한 찜질방 이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또 태양인에게도 썩 권장되지는 않는다.

 

평소 땀 많은 태음인에게 좋아

 

술을 많이 마신 뒤 술을 빨리 깨기 위해 찜질방이나 사우나 등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술을 마신 것 자체가 이미 맥박수와 혈압을 올리는데 여기에 고온의 찜질욕을 하면 혈압과 맥박 조절능력이 떨어지고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또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몸의 수분이 부족하기 쉽다. 이런 상태에서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게 되면 수분이 더 부족해진다. 따라서 과음한 뒤에는 2시간이 지난 뒤에 1~2분 정도 짧은 시간 찜질욕을 하면 몸의 대사기능을 적절히 높여 알코올을 분해하고 숙취에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때에도 충분한 양의 물을 마셔 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

 

어린아이들의 찜질욕도 권장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외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고온의 찜질욕은 인체에 무리가 될 수 있다. 특히 5세 미만 어린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임신부도 과도하게 체온이 올라갈 경우, 태아에게 해롭고 유산 등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도움말=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 한림대 의대 산업의학과 오상용 교수 경희대병원 순환기내과 강홍선 교수 경기도 성남시 대추밭한의원 홍성관 원장


 

◆ 찜질방 이용수칙 7가지

1. 5분 정도 찜질욕을 한 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2. 30분마다 물을 한 잔씩 마신다.
3. 빈속이나 과식상태를 피한다.
4. 찜질욕 후에는 피부보습제를 발라 준다.
5. 모발은 물에 적신 후 수건으로 감싼 채 찜질욕을 한다.
6. 고혈압·심장병·열 있는 사람은 피해야
7. 5세 미만 어린이는 안하는 것이 좋아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ckkim@chosun.com)

 

 

* 출처 : 주간조선, 200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