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zzWeb/홀로토크

펌질에 대한 고찰

BUZZWeb 2008. 12. 5. 14:53
Buzz의 블로그는 펌로그이다.

 

원래 이곳 저곳에 갈겨두었던 글들을 모으기 위한 곳이다. 혼자 보기 위해 폐쇄된 공간에 이리저리 수집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누구를 위한 글이 아니라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었기 때문에 수집에 대한 근거나 분류 원칙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눈에 띄는대로 내가 머무는 곳에 쑤셔받았던 것이다. 그나마 책이나 영화를 보고 긁적여둔 몇몇 글은 직접 작성하였다. 흩어져 있는 글을 다시 모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 개인적인 사유보다 사이트 업체의 갑작스러운 폐쇄로 소실된 글을 다소나마 안정적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욕구도 생겼다.

 

Buzz가 펌로그를 표방함에 있어 펌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국내 대부분의 블로그는 펌로그를 지향한다. 새로운 컨텐츠의 양산보다 누군가가 잘 써놓은 글을 나의 공간에 옮겨두고 있을 뿐이다. 일종의 수집(?)이라는 절차라고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뛰어넘어 넷공간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 김중태 님 - [웹엔트로피 줄이기]
* @hof 블로그 - [하늘이 내린 블로거]

 

점차 저작권에 관한 인지와 대응책이 강화되면서 펌질에 대한 비난이 많은 것을 사실이다. 펌질은 지적된 바와 같이 웹의 쓰레기에불과할 수있다.뿐만 아니라 원저자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혼란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언론사나 포털의 컨텐츠는 펌질에 대한 제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진이나 글에 대한 정보를 변경하거나 원천적으로 마우스로 긁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펌질은 나쁜 행위인가?

좋고 나쁨을 떠나 펌질 행위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어떠한 형태로든 펌질은 이뤄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펌질을 통해 원 저작권자의 권리가 상실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감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펌로그라는 것은 검색된 정보를 내가 아는 공간에 저장해 두고 다시 검색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행해지는 행태이다. 일부의 경우 이쁘고 좋은 글을 모아두고 사용자의 방문횟수를 증가시켜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매일 매시간 마다 내 블로그의 히트수가 올라가는 만족감을 느끼고자 펌질을 하는 이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펌질은 펌질의 수준을 한 단계 넘어 또 다른 단계로 다가가기 위한 자료수집의 단계이다. 즉, 펌로그는 도약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단순한 펌질로 일관된 펌로그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블로그의 근원적 기능은 개인 미디어의 확산과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단순히 혼자 쓰고 혼자 보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펌로그의 존재는 불필요하며 무의미한 행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예전에 쓴 글을 철회하고 삭제하고 싶으면 내 글만 삭제하면 되는데, 이미 펌질로 옮겨진 글은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일이 찾아서 삭제를 요청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 쓰여진 글의 수정은 어렵기만 할 것이다. 내 공간을 벗어난 글들은 이미 내 글이 아닌게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글쓴이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

 

생각컨데, 펌질의 양산은 웹공간에서 블로그의 한계일 수 있다. 통제된 공간을 벗어난 무한 공간에서 개인 미디어의 존재는 또 다른 단절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간의 소통을 위한 여러가지 시도가 있지만, 아직까지 좋은 해결책이 되진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이 속 편할지도 모르겠다.

 

2006년! 펌로그인 Buzz는 펌질을 점차 탈피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자료성 글을 모으는 것을 그만둔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가져와야 할 글들이 제법 남아있다. 링크가 떨어져 나간 글과 사진을 복원해서 일정기간 보존해둘 필요도 있다. 저작권 문제가 될만한 글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쓰여진 글을 Buzz로 옮김으로 인해 그러한 문제점들이 많이 노출될 것으로 안다. 문제가 제기되면 즉각 삭제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모든 글들을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펌질을 통해 내가 생산해 낼 글들이다.

 

* [안랩통신원]펌질 문화를 말한다.

* [한양스콜라]인터넷상의 저작권 침해 과연 어디까지인가?

* [한겨레]왜냐면-저작권법엔 ‘펌 행위’ 금지없어

 

# 쉬운 저작권 이야기 - 저작권 릴레이 카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