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zzWeb/홀로토크

하루 종일 라디오 갖고 놀기

BUZZWeb 2008. 12. 26. 19:07

 

 

미디어 시대를 넘어 멀티미디어 시대라고 한다. 아주 오랫동안 미디어 시대를 지배해 왔던 라디오는 텔레비전, 인터넷으로 그 자리를 넘겨주고 점점 뒤로 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라디오를 듣는 이들은 적지 않은 편이다. 라디오 이외에는 마땅히 할 꺼리가 없는 사정에 처해 있기 때문이도 하지만 가장 간편한 미디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개 전원만 켜고 주파수만 이리저리 돌리면 그 다음은 눈 감고 들을 수도 있고, 딴 짓 하면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며 논다는 것은 백수만 할 짓(?)인지도 모르겠다. 라디오는 굳이 백수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닐까 싶다. 수많은 운전자들과 공부하는 학생들이 라디오를 즐겨듣지 않던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에 특정 프로그램과 이름이 거론될 것이다.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기에 때문에 읽는 분들의 마음을 다소 언잖게 하더라도 이해 바란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대개 6시쯤 일어난다면 방송의 반 쯤은 꼬부랑 말을 하는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대표적인게 GMP일게다. 한 때 오성식씨가 장기 집권을 하면서 다소 물의가 있었지만 그가 이 시간대를 프라임 시간대로 만들었던 장본인임에는 틀림없을 듯 하다. 아직도 이 시간대에 많은 사람들이 출근(등교)하면서 이 방송을 애청하고 있을 것이다.

 

7시부터 9시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대이기에 목소리가 청아하고 톡톡 튀는 방송이 주류를 이룬다. SBS의 이숙영씨가 대표적인 주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왠지 KBS의 황정민 아나운서가 좀 더 끌린다. 라디오에서 DJ의 역량이 절대적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프로그램 구성에도 영향이 있을 듯 하다.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정보를 얻기 위한다면 이숙영씨가 좋을 수 있지만, 재미와 뉴스를 적절히 섞은 듯한 황정민 아나운서의방송이 나에겐 더 적합했다. 어느 날 문득 주파수를 주루룩~ 돌리고 있는 걸 어떡하리.

 

9시부터는 남편 출근 시키고 애기들 등교시킨 주부들을 위한 시간대다. 당연히 조용하고 사연 중심이 위주를 이룬다. 예전에 이 시간대에 탤런트 김미숙씨가 딱~이라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애 낳고 하면서 빠지고 한 동안 무주공산이었던 것 같다. 유열씨나 김창완씨가 그럭저럭 이 시간대를 메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종환씨가 이 시간대에 한동안 포진해 있었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사임을 하고 몇 개월을 월드뮤직을 진행하는 송기철씨가 맡아서 진행했다. 이 시간대에 월드 뮤직이라는 다소 생소한 음악을 접했던 청취자들이 인기에 때문이었는지 마땅한 임자가 없었던 탓인지 대타치고는 꽤 오래 진행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정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프로그램을 맡아주길 희망하는 청취자들이 많았다. 현재 그 자리는 최근 급부상한 김C가 진행을 하고 있다. 다소 어눌한 DJ지만 음악이 괜찮은 탓에 이 프로그램을 즐겨듣는다. 근데 이종환씨 못지 않는 말솜씨(?)로 매일 매일 위태하다. 아마 이 프로그램에 뭔가 낀 듯 한다.

 

11시에는 아주 오랫동안 영화음악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심혜진씨가 들을 만하다. 음악도 그렇고 영화 소개도 좋다. 그녀가 5년 넘게 영화 출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프로그램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어설프긴 하지만 그나마 그녀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담없이 좋은 영화 프로그램이다.

 

12시에서 14시까지는 점심시간대이다. 이 시간대는 다시 다양한 계층을 만나는 탓인지 톡톡 튀는 여성 DJ로 구성된다. 최화정, 정선희, 최은경. 트리오의 환상적인 수다 퍼레이드를 들을 수 있다. 역시 SBS 장기 집권의 주인공 최화정이 최고일 듯 하다. 그녀가 드라마보다 라디오DJ로 유명한 것은 어쩔 수 없을 듯 하다. 결코 그녀가 얼굴이 떨어져서라기 보다 말빨이 더 죽이기 때문인 탓이다.

 

14시를 넘어서면 다시 주부들의 시간대인지 총각들의 파티가 시작된다. 이현우, 윤종신, 탁재훈 트리오로 구성된다. 원래 이 시간대는 전문DJ들의 몫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이런 구성으로 바뀌었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으허허허~~ 가 기억나는데 지금은 윤종신이 한다. 솔직히 이 시간대가 제일 애매하다. 좋은 음악도좋은 토크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만이 있을 뿐이다.

 

16시부터는 여성DJ의 자리다. 허수경, 이금희, 최명길 물론 나는 허수경씨를 즐겨듣는다. 목소리도 좋지만 그녀의 부담없는 토크가 좋기 때문이다. 역시 장기 집권의 저력이 보인다. 나머지 2분은 글쎄........

 

18시부터는 배철수와 박소연을 꼽게 된다. 둘 다 베테랑이다. 물론 배철수가 몇 수 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성격이다. 배철수의 방송은 요즘은 듣기 힘든 정통 팝 프로그램이다. 추세에 따르면 벌써 없어져야 하겠지만 그의 힘은 목소리에만 있는게 아닌 듯 싶다. 아마 그가 가수였을 때보다 훨씬 편하고 즐거운 듯 싶다. 듣고 있는 나도 즐겁다. 으헤헤헤~~~ 박소연도 나쁘진 않다. 그녀가 적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 보아도 틀림없다. 결혼하면 안 나올지가 궁금할 뿐이다.

 

이제 저녁이다. 20시가 접어들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변모한다.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하면서 라디오를 즐겨들을 학생들을 위한 방송국의 친절한(?) 배려다. 솔직히 이 시간대부터는 음악도 그렇고 DJ도 별로다. 금방 그만둘 것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이본만이 이곳에 장기집권하고 있을 뿐이다. 가수 이면서 라디오와 TV에서 독특한 음색으로 자리 잡은 이소라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더 나이값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방송시간대도 그렇고.......그나마 음악이 괜찮아 들었는데 당사자에게 미안한 표현이지만 요즘 멘트가 너무 역겹다. 그 밖에 은지원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매주 화요일 코너 엉뚱한 상상은 꽤 들을만 하다. 자주 들으면 좀 식상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머리속에 든 것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들어보길 권한다. 이렇게 24시까지는 괴로운 시간들의 연속이 이어진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꽤 괜찮은 고정DJ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시간대의 터줏대감 해적 방송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 송기철의 월드뮤직, 전영혁의 음악세계, 그리고 신흥세력 남궁연의 고릴라 라디오, 박준영 김다래의 라디오 천하무적이 밤거리를 헤매고 있다. 신해철은 방송 중에 꽤나 삑~삑~거리는 걸로 유명했는데 요즘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실은 박준형 김다래를 듣느라 못 듣거든.........전영혁의 음악세계와 송기철의 월드뮤직은 꼭 추천하고 싶다. 송기철씨가 깔끔하고 맛깔스럽다면 전영혁의 걸죽하고 진득한 맛도 괜찮다. 특히 가요와 팝에 식상한 분이라면 마음에 들 것이다.

 

방송3사만 언급했지만, 나이가 드신 분이나 운전하는 분들에게 교통방송 같은게 훨씬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교통방송은 너무나 재미가 없다. 글구 최근 SBS 러브FM이 성인용으로 바뀌었다. 꽤 유명한 진행자(?)들이 영입되었다지만, 다소 어눌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조만간 재편성 되지 않을까 싶다.

 

다 적고 보니 하루 종일 라디오만 듣고 사는게 아닌가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니다. 가끔 그런 날이 있을 뿐이다. 차 살 때 시디플레이어를 달지 못한 걸 후회하고는 있지만 라디오를 즐겨듣는 것은 항상 새로운 음악을 듣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나와 같이 잡식성의 음악 팬에게는 더욱 정겨운 친구이다. 예전과 달라 라디오의 크기도 부담없고 왠만한 음악기기에는 달려있지 않은가? 인터넷으로 다시 듣기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았는데 저작권 때문에 얼마 전부터 듣지 못하게 되어 무척 아쉽다. 특히 내가 생각하기에 프라임대라고 생각하는 새벽녘의 방송을 듣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쉽다.

 

끝으로 위에 언급한 프로그램이나 인물들에 대해 반말같이 표현한 것은 어디까지나 라디오 사랑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너그럽게 용서해 주기 바란다.

 

 

2003/12/27(토), 14:42:58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