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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혁의 음악세계

BUZZWeb 2008. 12. 26. 19:06

 

 

영상세대에게 라디오는 구시대의 잔유물(전유물이라기 보다는...)이다.

늦은 시간에 텔레비젼을 보는 것 보다 라디오가 더 정겹다. 컴퓨터를 하면서 시선을 잃지 않아도 좋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요즘 케이블을 보면 아침에 한 걸 저녁에 하고, 주중에 한 것 주말에 하는지 그러고 송신료 받아가는게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라디오도 가끔 그런다. 청취자들이 재밌는 얘기꺼리를 이 방송, 저 방송에 보내어 아주 드물지만 같은 주파수에서 다른 DJ들에 의해 같은 얘기꺼리를 전해 듣기도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같은 특정일에는 아침 부터 저녁 까지 캐롤송만 듣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같은 음악을 들어도 전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개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녁 10~12시 사이의 청춘스타 들이 방송하는 라디오 시간대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요즘은 예전 보다 꽤 개성있는 DJ들이 많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끈기있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DJ도 많다. 전영혁의 음악세계는 후자에 속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16년간 같은 시간에, 같은 톤에, 같은 음악 들려주기에 매진하고 있다. 나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중간에 방송사도 옮겼던 적도 있었나 보다. 인기가 결코 많은 프로그램도 아니고 그럴만한 시간대도 아니다. 늦은 새벽녘에 잠들지 못한 사람들에게 생각의 여유를 안겨줄 뿐이다. 오히려 가끔은 DJ가 나왔던가도 잊어버릴 때도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최신 히트곡을 듣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주로 연주음악이나 재즈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특정국가, 특정음악인에 매달리지 않는다. 물론 애청자와 DJ의 취향으로 인해 특정 음악을 자주 들을 수 있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만.......인기 순위만을 따져야 한다면 이런 프로그램은 당연히 없어져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어 오래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멘트를 교과서 읽는 듯 한 딱딱한 음성과 차분한 음정은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겐 음악의 연장선과도 같다.

DJ가 고집스럽게 오랫동안 하나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예를 그렇게 많지 않다. 예전에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했던 이종환씨가 전문DJ로써는 유일무일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라디오 시대의 쇠퇴와 함께 그 시간대를 젊은이들에게 넘겨 줘야만 했었다. 또 한 사람을 기억하자면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는 배철수씨를 들 수 있을 듯 하다. 전직 가수에서 DJ로 완벽하게 전업하고 롱런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에 한 사람이다.

라디오 예찬론을 들려주려는 생각보다 한 분야에서 고집스럽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내는 이들의 정신을 높이 사고 싶다. 오래되고 낡았을지 모르지만 변함없이 봄이 오면 푸른 잎사귀를 피우는 아름드리 나무가 되고 싶다.

 

 

* 전영혁의 음악세계

 

# 20주년 맞은 <전영혁의 음악세계> 디스크자키 전영혁 (출처 : 씨네21, 2006.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