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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벨로시티-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

BUZZWeb 2012. 12. 24. 11:28

[늘푸른길의책] 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

 길윤웅 | 2012.12.24

 

벨로시티- 디지털 혁명에서 살아남는 7가지 법칙
스테판 올랜더 | 아자드 아메드 (지은이) | 백승빈 (옮긴이) | 시드페이퍼 | 2012-11-26 | 원제 Velocity: 7 Laws For A World Gone Digital (2012년)


“모든 것이 더 빨라지고 똑똑해지며,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개인의 요구에 맞춤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 있어요. 환경 비용만 증가시키며 잡동사니나 다를 바 없는 제품설명서는 어디에서도 환경받지 못합니다.”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혹은 자신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기회인지도 모르고 차버리는 사람이 있다.
 
내가 움직여야 할 때 뒤도 안보고 제 길 찾아 가는 스마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의리에 죽고 산다’는 신념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 배는 침몰하는데도 말이다. 위 이야기는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내 얘기다. 주식 오를 때 팔아 처분하여 이익을 실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 끝까지 갖고 있다가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며 회사를 위한다며 붙들고 있다가 아무곳에도 쓸 수 없는 종이가 되고 말았다. 생각 없이 산 것이다. 개념도 제대로 서 있지도 않았다.
 
어느 날 한 직원이 오더니 왜 이용자 문의 e메일을 포워딩해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냐고 했다. 이용자의 질문에 대해서 관련자들이 같이 읽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 것이었다. 문제가 무엇인지 같이 공유하고자 한 것이었으나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해결할 문제를 대표와 더불어 임원진들에게까지도 e메일이 간 것을 알고는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해결할 생각보다 자신의 기분이 먼저였다.
 
그런 태도 때문인지 문제 해결에 대한 소식은 그렇게 빠르게 돌아오지 않았다. 일에 대한 태도에서도 지고, 고객질문의 반응 속도면에서도 졌다. 더 세게 밀고 나가지 못했다. 옳은 일에 대해서 더 강하게 압박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우리는 채 완성되지 않은 것을 올바르지 않게 합의하여 서비스를 오픈을 했다. 결과는 소비자가 말한다.
 
많은 조직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고, 그것을 위해 처음 입사교육부터 철저하게 변화를 받아들일 것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아도 변화무쌍한 신입사원들이 더 변화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없는 혁신이 없는 변화는 변화가 아니다. 그냥 바꾼 것일 뿐이다. 그런 외형적인 변화는 시장의 반응도 제대로 얻지 못한다.
 
나쁘게 말하면 조직원원로서 회사의 변화요구에 대해서 궁시렁거리지 말고 어떠한 변화에도 적응하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생존을 위한 수단, 월급에 맛 들여 살다 보니 막상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는 남의 일처럼 들린다.
 
2012년 말 ‘지구의 종말’이라고 외치는 사람들 속에서 디지털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들은 유혹이다. 안 볼 수도 없고 펼쳐보면 그닥 새로운 읽을거리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와 디자인의 결합으로 스티브 잡스가 일으켜 놓은 혁신의 아이콘을 받아들이려고 애쓰지만 그것이 갑자기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가.
 
태생적으로 바탕으로 그러해야 하기도 하고, 외부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진 가운데 사람이 살아가야 할 일이지만 시험 성적 위주의 인원채용과 배치를 하는 우리 현실 속에서 지금의 일들만으로도 벅찬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채용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외적인 언론의 보도로 봐서는 그렇다.
 
경기침체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출판시장의 위기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책 제목들은 생존을 갈망하는 제목들이 두드러진다. 그런 경우 제목에 속는 일이 많다. 이 책을 집은 이유는 두 가지다. 대화형식의 글이 눈길을 끌었고,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꽂혔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디지털 산업분야를 주제로 놓고 두 사람이 등장하여 이야기한다. 기업의 부실한 윤리기준에서부터 디지털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과 변화를 실천하는 기업을 소개한다. 또 지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기업들, 디자인의 중요성과 광고까지 다룬다. 나이키는 그 중 하나다. 성공 사례에 관한 것들이다. 스테판 올랜더는 나이키 디지털 스포츠팀 부사장이다. 아자즈 아메드는 광고회사이며 웹에이전시인 AKQA의 설립자이며 회장이로 있다.
 
이 둘이 책 속에서 논하는 핵심은 ‘속도’이다. 디지털 시대의 생존 키워드를 이들은 속도로 정했다.
 
보더스와 아마존의 사례를 첫 번째로 소개한다. 이 둘 기업뿐인가. 노키아는 어떤가. 오늘의 안정이 내일을 보장하지 않는다. 갖고 있는 것이 낡은 것인지 모른다. 두 사람은 속도전에서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첫째, 몸집을 줄이고 간소화할 것을 주문한다. 둘째는 인내심과 절제를 필수요건으로 이야기한다. 셋째, 중요한 세부사항에 집중하여 집중하여 끊임없이 가다듬고 고치라고 말한다. 넷째는 최대한 심플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동종업종 내에서 경쟁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타 업종의 산업발전도 주시하지 않는다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말 그대로 잡아 먹고 있다. 먹히지 않으려면 ‘소리치고 나가야 한다. 사표 쓰고 나가라는 소리는 아니다.
 

“논쟁, 토론, 고함, 비명, 투쟁을 일삼아라. 올바른 의사결정에 도달할 때까지 포기하지 마라. 규율의 노예가 되어 군중 속에 숨기보다는 비난받을 각오로 고개 빳빳이 들고 할 말은 해라.”
 
디자인 회사 IDEO의 제품개발을 하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모습을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싸우기는커녕 자신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여 놓으며 아이디어를 늘여간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마치 자기한 이야기처럼 다른 아이디어를 더해 간다. 방식의 차이가 이러한데, 생각이 옳다면 필요하다면 싸우라고 말한다.
 
보유 기술이 낡은 것이 아닌가 물어라
 
저자는 이 책에서 7가지 법칙을 이야기한다. 생존도구라고 할 수 있는 항목들인데, 다른 것보다 사람에 대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먼저다’는 보험사의 카피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온 한 후보의 슬로건도 아니다. 사람을 알지 못하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인간관계에 관한 연구는 굳이 심리학에서만 필요한 학문이 아니다. 산업분야 종사자들이 관심갖고 접근해야 할 주제가 되었다. 인문학 열풍은 결국 사람의 본성을 알기위한 열망이다. 사람을 알아야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기능설정을 할 수 있다. 고객경험을 살펴보는 일을 이들은 중요하게 언급한다.
 

“뛰어난 조직은 진심으로, 깊이 고객을 이해하며 고객을 위해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합니다. 소셜 미디어 속에 아이디어가 넘쳐나요.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데이터에도 숨어 있죠.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은 허구와 현실을 분리하는 과정입니다.”
 
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고객들은 기업의 자산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기업은 이 고객들을 외면한다. 귀찮은 존재이다. 이들이 전해주는 문제점과 경험들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제 그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뜨겁지지만 결국 2000년대 중반에 한때 열풍이 인 ‘고객관계관리’(CRM)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는 않는다. 장시간 다양한 형태로 분석을 한다는, 물리적 공간이 확대되고 그 대상과 조사항목이 다양화한 분은 시대발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성과들이다.
 
무기를 쥐고서도 이를 어디에 써야 할 지를 잘 모른다. 뭘 분석해야 할 지도 모르고 언젠가를 위해 그냥 쌓아왔다. 좀 더 정교하게 고객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시대다. 소비자 정보보호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고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앞으로 빅데이터를 잘 쓰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 크다. 이 또한 한 때의 열풍으로 기억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생존을 위한 디지털시대의 수단은 경영진이 디지털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는 능력, 안목이 시장의 크기를 결정한다.
 
스테판은 이렇게 말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려면 그만큼 남들과는 현격하게 다른 경험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습으로부터의 탈피가 최선의 길이죠.”
 
관습적으로 해오던 일부터 의심해볼 일이다. 협력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강력하게 밀고나갈 수 있는 집요함도 요구된다. 이 둘의 결합이 쉬운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세상에 나오는 제품들, 고객들의 신뢰를 받는 제품들의 비밀에는 사연이 있다. 이것저것 양보하며 나온 제품은 매력이 없다.
 
이 책 속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면, 탁월한 제품은 합의하에 나오는 제품이 아니다. 싸우거나 터져 나온 제품이 세상을 밀어낸다. 그들은 아주 정교하고도 치밀하다. 때로는 단순하다. 다른 사람이 주저하는 것들을 용기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세상을 움직인다.
 
크리에이티브는 용기다. 세상은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그 속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내부인자나 몸담고 있는 조직은 그런 조건을 갖추었는지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들어볼 일이다. 다만 이 책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보니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깊이는 약해보이고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길윤웅

 길 윤웅은 PC정보지 취재기자를 시작으로 정보통신 분야쪽에서 밥벌이를 시작, 한때 잘나가던 인터넷 종합포털 사이트에서 콘텐츠 제휴, 고객서비스, 마케팅 업무 등을 했다. 지금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책 속에서 돈버는 일을 찾아보려 마케팅, 경제경영과 인문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 출처 : 블로터닷넷, 201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