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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패션 관계자의 ‘소셜 쇼핑’ 체험기

BUZZWeb 2012. 10. 30. 16:54

어느 패션 관계자의 ‘소셜 쇼핑’ 체험기
By J.J. MARTIN

 

필자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소셜 쇼핑’ 하면 친구에게 ‘프라다에서 오후 3시에 보자’라고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같이 쇼핑하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친구끼리 서로 하나 지르라고 부추기다보면 쇼핑도 엔터테인먼트가 되니까. 그런데 알고보니 필자의 머릿속에 있던 ‘소셜 쇼핑’ 개념은 20세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페이트(Feyt), 리스트(Lyst), 포즈(Pose), 스네페트(Snapette), 모틸로(Motilo), 트렌더블(Trendabl), 쿨즈(Cools), 핀터레스트(Pinterest) 등 요즘 새롭게 론칭한 패션 웹사이트는 잘 나가는 소셜 웹사이트이기도 하다. ‘믿을 수 있는 동성 친구와 함께 쇼핑을 간다’는 아이디어를 디지털 쇼핑과 함께 접목한 것. 스타일리시한 패션 관계자와 친구와 지인들에게 실시간으로 댓글을 받아보고 사진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제 밀라노의 책상 앞에 앉아있는 필자가 뉴욕에 있는 친구, 파리에 사는 낯선 사람, LA에 있는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쇼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소셜 개념이 적용되면 쇼핑이 더 즐거워질까? 아니면 역시 쇼핑은 집에서 혼자 해야 제맛일까?

 

 

그래서 필자는 이들 웹사이트 중 몇 곳을 골라 비교적 쇼핑하기 쉬운 아이템인 겨울 부츠 신상품을 검색해보기로 했다. 기왕이면 필자의 ‘완소’ 알렉산더 왕 부츠로. 일단 쇼핑, 아니 브라우징을 시작하기도 전에 필자는 웹사이트를 만든 사람들에게 인터뷰할 질문지부터 정리해야 했다. (원색을 좋아하나, 파스텔톤을 좋아하나? 실내 태닝을 즐기는 편인가, 아닌가?) 질문이 좀 겉돌았다. 필자는 그냥 쇼핑이나 하기로 했다.

아직까지도 소셜 쇼핑이 뭔지 아직 감이 안 잡히는 독자가 있다면(솔직히 필자가 지금 그렇다) 패션 웹사이트를 가본다고 바로 이해가 가지는 않을 것이다. ‘포즈(Pose)’와 인터뷰를 마친 필자의 눈에는 블로거 수백 명으로부터 쏟아진 썸네일 사진 피드가 들어왔다. 낯선 사람들이 와글거리면서 분위기는 사교적인 듯 했지만 필자는 산만하고 정신이 없었다.

<사진 설명> 온라인 패션사이트 ‘포즈’

이 웹사이트는 특정 상품을 찾으러 올 곳이 못 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신발 항목만 따로 필터링 할 수도 없었다.) 사용자 100만 명(판매 수수료로 추정한 수치)이 여러 가지 룩으로 연출한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하거나(이런 사진을 ‘포즈’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에 댓글을 다는 것은 쉬워 보였다. 가입한 지 45분만에 필자의 지인 세 명이 필자가 올린 ‘포즈’를 팔로우했다. 필자는 패션 전문가 티를 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느끼며 웹사이트에서 곧장 퇴장했다.

 

등록 회원이 3만 명 가량인 ‘더 쿨즈(The Cools)’는 필자가 인터뷰를 즐겁게 마친 유일한 사이트다. 부츠를 검색했더니 490달러짜리 사랑스러운 준야 와타나베 부츠가 떴다. 쿨즈의 쿨한 창업자인 올리비에 반 템스키와 얘기를 나눠본 결과 쿨즈 웹사이트에 올라온 상품 과반수 이상은 중고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 개인 판매업자와 개성있는 브랜드로부터 신상품과 빈티지를 반반 섞어 제공하는 쿨즈는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을 프랑스인으로 바꾸고 붉은 벨벳 로프만 추가하면 프랑스판 이베이라고 할 만 했다.

 

파리에서 비디오게임과 음악 관련업계 임원으로 일했던 올리비에 반 템스키는 “개별 판매업자를 위한 쿨한 온라인 시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웹사이트는 특별한 소수를 위한 독립적인 웹사이트로 보이나 가끔은 일부러 둔감한 척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용법을 소개하는 간략한 매뉴얼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필자는 이 웹사이트에서 알렉산더 왕 부츠는 찾지 못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은 배웠다. 업로드한 사진과 댓글과 내가 ‘쿨하다’고 찜한 아이템으로 채워지는 ‘미(Me)’ 섹션을 만들어봤다. 쿠르탱 클라란스 자매와 블라디미르 로이펠드 같은 패션계 저명인사까지 알게 된 것도 좋았다.

 

올리비에 반 템스키는 “좋아하는 스타일을 팔로우하면, 팔로우한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구입하거나 판매하고,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선물까지 모두 알 수 있다는 게 소셜 쇼핑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설명> 온라인 패션 사이트 ‘페이트’

‘라이프스타일 미러(Lifestyle Mirror)’에 오면 원래는 겨울 부츠를 검색하러 왔었다는 사실조차 까먹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볼거리에 정신을 잃게 된다. 공동 창업자인 엠마뉴엘 델라 발레는 유명 잡지사에서 직원을 스카우트해왔고, 자국 블로거의 사진과 기사 대신 다프네 기네스와 알렉사 청과 같은 패션계 인사의 멋진 사진을 실었다. 사용자 댓글과 아이콘으로 스토리를 보강하고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트위터에서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엠마뉴엘 델라 발레는 “소셜 미디어에서 알게 된 영향력 있는 인물 또는 친구로부터 추천을 받는 게 요즘 대세”라면서 “공유하고 조언을 주고 받는 것이 이 웹사이트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웹사이트의 토픽은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단 러버솔 부츠 섹션을 발견한 필자는 니콜라 포미체티 안경, 런던 프리츠 아트 박람회를 보러 갈 때 묵을 호텔, 여름에 가볼 만한 아이스크림 맛집까지 온통 정신을 빼앗긴 채 둘러봤다.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팔로어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며칠이고 기사를 서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라이프스타일 미러는 여러 누리꾼과 연결된다는 개념보다는 고품질 ‘큐레이팅’에 가까워 보였다. 실제 잡지 기사와 비슷하면서도 쇼핑까지 보너스로 제공되는 웹사이트다.

 

아직 베타 버전밖에 출시되지 않은 페이트와 모틸로는 십대 시절 동성 친구와 함께 좁은 탈의실에 비집고 들어가 쇼핑하던 시절의 향수를 재현하면서도, 일단 필요한 아이템을 빨리 고르고 나와야 하는 바쁜 현대 여성의 요구사항까지 배려한 웹사이트다. 필자는 알렉산더 왕 부츠를 딱 10초만에 발견했다.

 

페이트는 아이템이 가장 정리가 잘 돼서 소비자가 시스템을 가장 쉽게 이해하고 탐색할 수 있는 사이트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물론 이 같은 포지셔닝은 ‘넷-어-포터’ 같은 패션 이커머스 사이트가 모두 공공연히 지향하는 바다. 그런데 페이트는 거기에 ‘소셜’이라는 아이디어를 덧댔다고 할까. 공동 창업자인 엘리노어 엘비세이커는 “친구들이 예전에는 ‘나 이거 입을 건데 괜찮아?’라고 물으며 사진을 보내오곤 했는데 이제는 아예 친구들의 옷장을 열어보면서 ‘신발은 이걸로 신는 게 어때?’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자는 ‘랙 앤 본’의 부츠를 잘 정리된 필자만의 ‘옷장’에 즐겁게 드래그 앤 드롭하고 스타일리스트 레슬리 프레머의 옷장도 열어봤다. 그런데 저장한 아이템을 그리드(grid)에 드래그해서 올려놓으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보여주는 ‘나만의 룩(My Look)’ 만들기는 그다지 하고싶지 않았다.

 

필자는 패션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뉴욕 친구 로라에게 스카이프로 조언을 구했다. 친구는 ‘패션 상식이 부족한 일반 여성들에게 이 웹사이트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려줬어야 했는데, 너무 패션 관계자의 시각으로 접근했다’면서 필자를 꾸짖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니콜라스 커크우드 신발에 여러 색상의 스커트를 매치해볼 수 있는 페이트의 맞춤 기능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모틸로는 소피아 바라티에리가 창립했다. 바리티에리는 런던에 살고 있는데, 스카이프를 이용해서 해외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쇼핑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고. 그래서 필자는 모틸로에 가는 가상 여행에 로라와 함께 했다. ‘함께 쇼핑하기’ 기능에서 우리는 동영상 공유 스크린 작동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옷을 골라 콜라주하는 ‘룩 창조하기’ 기능을 통해서 동기화에 겨우 성공했다. 필자는 알렉산더 왕 부츠를 찾았고 로라는 최고라며 엄지를 올려세웠다.

 

런던에 있는 이 웹사이트는 필자를 삭스닷컴(Saks.com)으로 연결해줬다. 가격은 배송료와 세금 포함 미화 569달러였다. 결국 필자는 아무 것도 사지 않았지만 사회성은 좀 더 길러진 것 같다. 필자는 룩, 포즈, 영감, 댓글, 오늘의 의상은 업로드하지 않을 테지만, 밤늦게 파티에 참석한 것 같은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지방시 샌들이 올 겨울에 신기에 적합하대’라는 식으로 떠들며 그날 파티의 화제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필자의 부츠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최고의 파티는 늘 그렇게 마련이듯 항상 예기치 않은 반전이 기다리니까. 소셜 쇼핑은 필자의 쇼핑 욕구를 자극하긴 했는데, 다른 방향으로 자극했다. 필자는 내일 일어나면 꼭 밀라노 패션의 대표적인 명소인 비아 몬테나폴레오네에 나가서 친구랑 함께 직접 부츠를 살 생각이다.

 

이 기사의 영어원문 보기

 

* 출처 : Wall Street Journal, 30. October 2012, 7:42:3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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