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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흔적 지워주오”…소셜쇼핑의 딜레마

BUZZWeb 2013. 1. 9. 15:47

“할인 흔적 지워주오”…소셜쇼핑의 딜레마

 정보라 | 2013.01.09

 

 

서울 시내에 있는 A 피부샵. 새 프로그램을 홍보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B 소셜커머스 직원이 찾아와 진행하기로 했다. 소셜커머스의 영업 특성상 원래 가격에서 60%를 할인했다. B 소셜커머스 직원은 이 가격도 높다고 했지만, 60%만(!) 할인하기로 했다.  B 소셜커머스는 얻어가는 수수료보다 촬영팀 차비가 더 나올 정도로 A 피부샵 편의를 봐줬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제휴처에서 A 피부샵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했다가 쿠폰 페이지를 발견한 것이다. 제휴처는 A 피부샵에 B 소셜커머스에서 파격 할인을 진행했으니 서비스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아뿔싸. 온라인 홍보하는 방법으로 소셜커머스를 이용했는데 그 정보가 되려 사업에 방해가 되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A 피부샵은 B 소셜커머스를 이용했단 사실에서 잊혀지고 싶어졌다.

 


“잊혀지고 싶다”…방법은?

A 피부샵은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을까.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막아달라고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일단, B 소셜커머스에 해당 쿠폰 페이지를 삭제, 그리고 검색되지 않도록 조처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검색 결과에 나오는 쿠폰 페이지는 웹 문서를 수집하는 로봇(검색 봇)이 가져온다. 이 로봇은 ‘오지 마’라는 신호가 없으면 검색 결과에 보여줄 각종 웹 문서를 긁어온다. B 소셜커머스는 이 로봇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robots.txt’이란 파일을 쓸 것이다. robots.txt를 이용하면 검색봇이 robots.txt에 적힌 내용에 따라 긁어간다. 이 방법으로 웹사이트 전체가 검색되지 않게 하거나 일부만 노출되게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검색 서비스를 하는 포털마다 자세히 소개돼 있다.
 
두 번째, 페이지는 삭제됐는데도 검색 결과에 쿠폰 페이지가 나올 수도 있다. 해당 검색 결과를 클릭하면 페이지가 열리지 않지만, 가게 이름과 소셜커머스 회사 이름이 노출되면 아찔하다. 사실 해당 검색 결과는 자동으로 사라진다. 그 시간마저 기다리지 못하겠다면, 검색 서비스의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내 가게를 검색할 때,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가 나온다고 신고하면 하루 정도가 지나고 검색 결과에서 제외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원본 페이지가 없어지면, 각종 소셜커머스의 쿠폰을 모아서 보여주는 메타사이트에서도 사라지게 된다. 메타사이트는 소셜커머스로 연결할 뿐, 쿠폰 페이지까지 저장하는 곳은 드물다. 연결해주던 쿠폰이 사라지면 검색 기능을 갖춘 메타사이트도 해당 쿠폰을 찾아주진 못한다.

 

* ?검색봇을 차단하는 방법 소개: ☞구글, 네이버
 
그루폰코리아는 “사전에 (고객사가) 얘기를 하면 고객이 원하는 선에서 반영을 한다”라고 사례마다 다르게 대응한다고 말했다. 위메이크프라이스를 서비스하는 나무인터넷은 “딜 페이지 기록을 삭제하거나 보이지 않게 한다”라며 A 피부샵과 같은 사례가 종종 있음을 확인해줬다. 위메프는 과거에 판매하고 이용 기간도 끝난 쿠폰페이지에 가격과 팔린 쿠폰 수는 표시하지 않는다. 티몬을 서비스하는 티켓몬스터는 “완전한 삭제는 어렵다”라면서 “쿠폰을 산 고객은 마이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지만, 외부에는 링크 주소를 알고 있어도 보여주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A 피부샵과 같은 문의에 대응하는 방식을 묻자 “그런 사례가 없고, 요청을 받아본 일이 없다”라고 대답했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반값 꼬리표

 

반값 꼬리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취하는 방법은 반값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지 못한다.
 
검색봇의 접근을 차단하고, 해당 웹페이지를 삭제해도 문제는 남는다. 쿠폰 페이지를 그대로 긁어서 복사한 블로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두 곳이라면 지워달라고 연락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인기 많은 쿠폰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삽시간에 퍼진 정보는 주워담기 어렵다. 말은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인터넷에선 주워담지 못하고 언제고 어디에선가 튀어나온다.
 
잊혀지고 싶어도 인터넷에선 잊혀지지가 않는다. 사람들은 쿠폰페이지 이미지 일부분을 복사하거나 “B 소셜커머스에서 A 피부샵 쿠폰 60% 할인해 샀어요”란 글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어딘가에 남겨두기 때문이다. 그걸 누군가가 차단하거나 관리할 수도 없다. 반값의 꼬리표는 이렇게 지워지지 않는다.
 
온라인 홍보 효과의 쓴맛을 보고 검색 차단을 요청하는 소셜커머스의 고객사, 이제와 뒤늦은 후회를 한다고 탓해야 할까. 인터넷의 쓴맛은 당하기 전까지 누가 알랴.
 
‘소셜커머스’의 저자 김철환 씨는 “디지털 흔적은 영원히 남는다”라며 “지우려는 노력은 할 순 있지만, 사실상 완전히 지우는 게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관리하는 데 쿠폰 판매는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브랜드는 고가 제품을 파는 거대 기업뿐 아니라, 동네 피부샵에도 있지 않을까.
 
소셜커머스 웹사이트, 검색 기능 빈약한 까닭
 
온라인 홍보 도구를 자처하는 소셜커머스도 검색 기능은 빈약하다. 인터넷에서 홍보라는 건 검색 상단에 나오는 것 아니던가. 이 생각은 소셜커머스 웹사이트에선 맞지 않는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는 서비스 초반 검색 기능을 도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티몬은 지난해 11월에야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 그루폰코리아는 웹사이트 안에 검색 기능이 아예 없다. 박유진 나무인터넷 이사는 “딜 검색 시스템 도입에 소극적이었다”라며, 종종 고객사가 A 피부샵과 같은 고민에 빠져 요청하는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검색창을 단 쿠팡도 현재 판매중인 쿠폰만 보여줄 뿐, 과거 쿠폰은 쿠팡 웹사이트 안에선 검색 대상이 아니다.
 
단기간 온라인 홍보 효과를 기대하지만, ‘반값 가게’란 이미지가 박히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것 참, 역설적이지 않은가. 홍보하려고 진행했는데 검색은 되지 않게 해달라니.
 
소셜커머스 업체는 웹사이트 안에서 검색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외부 검색엔 그 문을 열어놨다. 구글에서 ‘위메프 강남’, ‘티몬 홍대’, ‘쿠팡 스노보드’, ‘그루폰코리아+업체명’을 입력하면 쿠폰 페이지가 나온다. 위에서 말한대로 구글이나 네이버 등의 검색을 차단은 해당 웹사이트 웹마스터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다.
 
잊혀질 권리와 무심한 소셜커머스 서비스 사이
 
A 피부샵 주인은 소셜커머스에서 쿠폰을 팔며 한 가지를 알게 됐다. 그는 온라인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쿠폰 페이지가 보여주는 정보에 관심을 쏟는 상점은 많지 않다는 걸 감지했다.
 
“쿠폰 페이지에 설명이 틀리고 정보가 잘못 나간 점을 짚어 얘기했는데 B 소셜커머스에서 놀란 눈치였어요. 저처럼 꼼꼼하게 지적하는 가게가 많지 않았던 거죠. 아마 저를 빡빡하고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한 번은 우리 전화번호가 다른 업체 소개에 들어간 일이 있었어요. 그 가게는 B 소셜커머스에서 쿠폰을 수차례 팔았던 곳인데 말예요.”
 
그의 말은 몇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온라인 홍보를 돕는다고 했지만, 일선 직원은 하루에 수십, 수백, 수천개 쿠폰을 관리하느라 잘못된 정보를 인터넷에 내보내는 실수를 한다. 한편으론 자기 상품을 파는 페이지에 전화번호가 잘못돼도 개의치 않는 가게도 있다. 이런 가게는 홍보가 아닌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소셜커머스는 하루 매출과 비교할 수 없는 수입을 만들어준다. 3개월간 찾아올 손님들이 한꺼번에 미리 돈을 냈다고 생각해보자. 이 돈은 손님이 찾아올 때마다 써야 하는 비용이고 공돈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돈을 융통하여 불릴 기회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소셜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딜을 진행하며 자금을 융통해 분점을 내는 업체도 있다”는 이야기를 2011년 상반기에 한 자리에서 들려줬다. A 피부샵 주인은  ”자기 상품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많이 팔 수 있게 쿠폰 페이지를 구성해 돈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에 더 관심 있는 가게도 있다”라며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려는 취지 자체가 다른 곳도 있는 것 같다”라고 소셜커머스를 진행한 소회를 밝혔다.

 

 

* 출처 : 블로터닷넷, 20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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