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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일꾼:업무시간이 길어지면 직무만족도 떨어진다

BUZZWeb 2011. 5. 12. 13:46

만능일꾼 : 업무시간이 길어지면 직무만족도 떨어진다.
By ANNE KADET


 

Phil Foster

요즘 회사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고 있다. 콜로라도 덴버에 있는 일류레스토랑인 리오하에 가봐도 이러한 경향을 알 수 있다. 헤즐넛 토타미수가 맛있었다면 패스트리 셰프의 에릭 데일에게 잘 먹었다고 말하면 되고, 만약 우연히 오븐실을 쳐다봤는데 타일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것도 데일한테 멋지다고 하면 된다.

 

상사인 젠 자신즈키가 데일이 손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래, 데일은 유지보수 업무까지 맡게 되었다. 오븐을 고치고 배관을 손보고 음식물분쇄기를 설치할 뿐 아니라 디저트업무도 총괄해야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사장이 소유한 레스토랑 세 곳의 디저트업무를 관리하게 되었다. 모두 합치면 주당 업무시간이 60시간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데일은 말한다.

 

오늘날과 같은 만능일꾼의 세상에 모든 직장인은 추가 업무를 떠맡고 있다. 일이 너무 많다고 바에 앉아서 불평하는 사람은 옆 자리에 앉은 임원에게 더 끔찍한 사연에 대해 듣게 될 것이다. 이제서야 개선의 기미가 보이는 높은 실업률에 의지해서 기업은 직원들에게 원래의 역할이나 전문분야와 관계가 거의 없는 일까지 떠맡기고 있다. 엔지니어는 영업전화를 돌려야 하고 회계사는 고객서비스일을 맡아서 하고 최고재무책임자는 부서 관리까지 해야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영구적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점점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직장인이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AT&T 등의 기업을 상대하는 경영컨설턴트 리치 모란은 회사의 경쟁을 돕기 위해서 직원들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한다. “직무기술은 모래에 쓰인 말에 불과하고 이제 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직원을 만능일꾼으로 만드는 것은 기업을 비용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경영자가 취하는 논리적인 조치라고 지적한다. 직원의 만능일꾼화는 경기침체 기간 동안 기업들이 업무량을 재할당하면서 시작되었고 지난 해 경기 회복이 시작되면서 가속화되었다. 최근 스피리온 스태핑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53%가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응답했으며 대부분은 추가보상 없이 이루어졌다(일을 더 많이 하는 대가로 임금상승이나 보너스를 받은 비율은 7%였다). 매출이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업무량이 늘어났지만 기업은 신규채용을 꺼리고 있다고 인사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부 기업은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으며 다른 기업은 직원수를 적게 유지함으로써 이익증가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직원들이 잘만 이용한다면 득을 볼 수도 있다. 아온휴위트의 인사부서 수석부회장인 시무어 애들러는 성공적인 리더는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보이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비정한 상사라고 하더라도 직원들이 무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근 컨퍼런스보드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의 직장에 대한 만족률은 역대 최저수준인 43%로 떨어졌다고 한다.

 

LSA파트너스의 생산성컨설턴트인 데비 즈모렌스키는 기존 직원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기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침체기간 동안 많은 기업은 직원의 기술을 고려해서 업무를 재할당하는 대신, 되는대로 업무를 맡기고 필요한 훈련도 제공하지 않다시피 했다. 즈모렌스키는 재능있지만 내성적인 IT전문가에게 영업일을 맡기면 “실패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한다.

 

추가업무를 맡는다고 해서 승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임원은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하던 잔일을 맡게 되었다. 카피라이팅 및 마케팅컨설턴트인 캐롤린 프리스는 집수리용품 업체의 마케팅 팀장으로 일했다. 제품관리자가 출산휴가를 냈을 때 가격장부 검토를 맡게 된 것은 개의치 않았지만 경비원이 해고되었을 때는 주차장 문에 보안코드를 입력하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 못 할 것도 없지만 문제는 “전략을 짜고 고객을 만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새로운 일을 추가로 해내는 게 어째서 어려운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경과학의 영역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일을 하다가 다른 일로 전환하는 데는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은 생산성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화이자제약, 프록터앤갬블 등을 상대하는 조직심리학자이자 컨설턴트인 수잔 코엔은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데 드는 많은 시간으로 인해 뇌가 피곤해지면서 업무 성과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물론 만능일꾼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도 있다. 2010년에 매출회복세를 보인 기업들은 임원들의 시간관리와 업무분배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이 이용하는 또 하나의 전략은 추가 업무를 맡는 직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주요 기업은 직원에게 보상을 분배하고 스케줄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마법사를 사용하고 있다고 “당근의 법칙” 공동저자이자 직원보상 컨설팅기업의 부회장이었던 OC터너는 말한다.

 

업무량 관리의 최종 책임은 당연하게도 직원의 몫이다. 고용주가 직원에게 얼마나 많은 업무를 맡겼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원의 “윗선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6천6백만 달러의 제품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뉴저지의 브랜드매니저 크리스 패리는 한도를 정하려는 조심스러운 노력 덕에 최근 승진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시간을 아내와 보내기 위해서 그는 일찍 출근하고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기 위해 이른 아침에 이메일을 몇 통 보낸다고 한다. 프로젝트를 너무 많이 맡을 때면 그는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정해 달라고 상사에게 부탁한다.

 

그럼에도 동료들이 야근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야근을 해야한다는 유혹을 자주 느낀다고 그는 인정한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느냐 현실적인 선택을 하느냐 사이에 줄타기를 하는 게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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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WSJ Asia, May 9, 2011, 11:11 AM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