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의 말에는 '드라마'가 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여러 사람들 앞에만 서면 말할 거리가 없어요'라며 필자가 가르치는 아나운서 학생들 대상으로 3분 스피치를 시켜보니 참 재밌는 현상이 벌어진다. 뭔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듯 부자연스럽다.
당신의 입에서도 이런 말이 나온다면 이 부분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화술을 요리에 비유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김치찌개를 만들어야하는 데, 김치도 두부도 돼지 고기도 없다면 김치 찌개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가야 한다. 화젯 거리가 없다는 것은 찬거리가 떨어진 경우이다.
그렇다면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머릿 속에 신선하고 재미있는 화제 거리가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는 정말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이야기의 공감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통계나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보다 더 큰 감동과 진실성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의 경우, 연설시 스토리 텔링을 잘 활용하는데, 이는 대선 당시 오바마를 흠집내기위한 공화당이나 일부 적대자들이 문제를 삼을 수 있는 어린 시절 마약을 했다는 것,내지는 출생 배경에 대해 명쾌하고 감동적인 스토리 텔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그 모든 오해나 잘못된 인식들을 불식시켰다.또한 이러한 스토리 텔링은 다른 정책 구상이나 슬로건 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My father was a foreign student, born and raised in a small village in Kenya. He grew up herding goats, went to school in a tin-roof shack. His father, my grandfather, was a cook, a domestic servant to the British.~
라고 얘기를 꺼내는 오바마의 모습을 보면 어떤 누구라도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고, 청중들은 그가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닌 같은 배경을 지닌 인물이구나 하는 데에서 더 인간적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성장 배경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없이 오히려 솔직하게 공개하고 드러내다 보니, 많은 이들이 대통령직에 나올 정도라면 부모 잘 만나서 어린 시절 고생 한 번 한 적 없고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런 사람쯤으로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자신의 일화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청중은 신선한 충격을 받는 것이다. 오바마는 연설 도중에 이러한 일화를 잘 삽입한다.
But one that's on my mind tonight is about a woman who cast her ballot in Atlanta. Ann Nixon Cooper is 106 years old.
She was born just a generation past slavery; a time when there were no cars on the road or planes in the sky;
when someone like her couldn't vote for two reasons- beacause she was a woman and because of the color of her skin. ~
이 일화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 밤 victory speech를 하면서 했던 말이다. 당선 당일 오바마의 마음에 떠오른 앤 닉슨 쿠퍼 할머니 얘기를 하며 흑인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그간의 '흑인 여성으로 미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입장을 오바마의 입을 빌어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변화를 이루어냈다며 "yes ,we can'을 외치며 미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호응을 받는다. 이 얼마나 사실적이며 청중의 감성을 건드리는 말인가? 이렇게 사람들은 뭔가의 스토리가 담긴 이야기를 좋아한다. 성공담이든 실패담이든,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게 마련이다.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뭔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한다. 오바마의 스피치 역시 스피치 전문가로부터의 조언과 노력이 이루어진 결과물이며, 오바마는 이 시대 최고의 명연설가로 칭송받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이 메시지 전달 시 가장 중요한 데, 자신의 이야기나 주변의 이야기를 최대한 자연스러운 리듬감과 억양으로 자신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소통의 달인이 되려면 먼저 스토리텔링을 해보기를 권한다. 말 잘 하는 사람의 말에는 반드시 드라마가 있다.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든,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이든 그들은 기승전결의 과정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전개 과정에서 강약 혹은 늦춤과 조임의 순간을 적절히 배치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명확히 강조하기 위해, 또 그 메시지에 대한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예를 들기도 하는데 적재 적소에 세련된 메타포를 사용해야 한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이 대세다.
필자가 강의하는 아나운싱 클래스, 한 반에 수업을 듣는 친구들 중에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타일들이 제각각인 데, 다른 어떤 이들보다 돋보이는 친구들은 바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가는 친구들이다. 솔직히 책 읽는 것같이 말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참 많다. 그들에게 전하는 필자의 메시지는 어떤 주제라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집중하라는 것이다.
또한 같은 이야기라도 누가 전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는 만큼 목소리의 강약이나 고저 완급 억양을 통해 청자의 흥미를 지속시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단조롭고 책읽는 듯한 이야기는 그냥 무시해버린다. 감동적인 이야기로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풀어낸다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절망을 담대한 희망으로 바꾼 검은 케네디, 버락 오바마처럼!
이서영(아나운서) 미니홈피 www.cyworld.com/leemisunann
* 출처 : 세계일보, 2009.04.08 (수)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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