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연구소 운영했던 세계적 기업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소니(Sony)에서 투시력과 육감, 기(氣)의 작용 등 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하는 부서를 운영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1991년 소리소문 없이 만들어졌던 소니의 '초감각지각자극연구소(ESPER)'는 1998년 7월 "ESP(extrasensory perception, 초감각적 감지)는 존재한다"는 간단명료한 처음이자 마지막 공식 발표와 함께 문을 닫았습니다.
7년간이나 활동을 지속했지만,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연구원들의 논문 등에 의해 외부에 공개된 정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지요.
어쨌거나, 세계적 전자업체에서 멀더의 X-파일에나 등장할 법한 주제에 연구소씩이나 마련해 투자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언론매체와 과학자들, 그리고 SF와 초자연현상 매니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뭔가 있으니 Sony 정도 되는 기업에서 연구하는 것 아니겠나'하는 기대였지요. '미신' 정도로 냉대받던 ESP가 당당히 연구 가능한 과학 분야에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
아쉽게도, Sony의 ESP연구는 그룹 창립자의 개인적 관심에서 시작해 그의 죽음으로 끝이 난 케이스였습니다. 소니의 두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이부카 마사루(井深大)는 동양적 대체의학과 기(氣)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1988년 이부카는 맥박을 재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건강 문제를 진단하는 기구 개발을 위해 특별 부서(the Pulse Graph Research Department)를 구성한 바 있습니다. 특히, 환자의 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고 싶어했다는군요.
1989년,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파트의 엔지니어였던 사코 요이치로(佐古曜一郞)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있던 이부카를 찾아옵니다.
동경대에서 수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던 사코는 졸업 후 곧바로 소니에 입사, CD, CD-ROM, 8mm 비디오 사업부를 거쳐 인공지능 분야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부카의 관심방면을 알고 있던 사코는 '기'를 연구하는 특별 부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합니다. 물론 이부카는 흔쾌히 허락했고, 사코는 1990년 소니 리서치랩에서 연구를 시작했으며 1991년에는 마침내 독립된 랩으로 'ESPER'를 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부카 마사루(1908년생,1997년 사망) 소니 전 회장
사코 요이치로(가운데).학술대회에 참여한 이 작은 사진을 제외하고는 그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었다.
사코를 디렉터로 4명의 연구원이 딸린 ESPER 랩은 본격적으로 초자연,초능력 현상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점을 둔 것은 기 치료 부분과 텔레파시, 투시력 실험이었는데요.
기 마스터가 환자에게 기를 불어넣을 때 환자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신뢰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하네요. 투시력 실험은 결과가 학술대회를 통해 비교적 자세히 알려졌는데요.
작은 종이에 글씨나 그림을 그린 다음 종이를 세번 겹쳐 접고 다시 봉투에 넣어 접은 다음, 실험 참가자가 종이에 무엇이 씌여 있는지를 알아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실험실은 어두운 방이었고, 실험 과정은 모두 비디오 녹화를 했습니다.
주로 어린이였던 실험 대상자들(눈으로만 물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진 성인들에게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었다고 합니다)은 작게 접힌 종이를 손가락으로 만지거나 귓구멍에 끼워보는 식으로 피부와 접촉하여 적힌 글씨를 알아냈는데요.
특히 '귀'로 읽는 경우가 효과적이었는데, 35회의 실험에서 인지 성공율이 무려 97.1%로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종이의 글씨를 정확히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알아낸 경우는 18회였다고 하네요.
눈이 아닌 귀나 손으로 물체를 보는 것이 가능할까? 사코 요이치로의 주요 관심사는 '보지 않고 보는 것'이었다.
소니 측에서 공식적으로 ESPER 연구소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한 것은 1995년입니다. 당시 옴진리교가 출근길 지하철에 독가스를 뿌려 12명이 숨지고 5,50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헀었지요. 초자연적 믿음과 컬트 현상에 사회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소니의 초자연현상 연구가 조명을 받았던 것입니다.
1997년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16차 과학탐험학회(the Society for Scientific Exploration) 연례총회에 참석한 사코는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를 비롯한 정신현상과 현대 과학이 등한시해온 초자연적 현상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연구가 과학기술 발전에 새로운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ESPER 연구소를 흥미진진하게 여기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요. 일단 소니 내부에서 "기업 이미지를 깎아먹는다"는 우려가 팽배했고, 일본 주류 사회에서도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라는 의문이 제기됐으니까요. 무한경쟁시대에 돈 벌 궁리는 안 하고 무슨 애들 장난같은 실험에 투자를 하고 있느냐는 노골적인 질책도 많았습니다.
결국 1997년 12월 19일 든든한 후원자였던 이부카 마사루가 사망하자, ESPER 연구소는 비판과 회의의 목소리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지요.
1998년 여름, 소니 대변인 사카구치 마사노부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소니는 실험을 통해 초감각지각(ESP)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을 실용적으로 응용하는 것은 가까운 장래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We found out experimentally that yes, ESP exists, but that any practical application of this knowledge is not likely in the foreseeable future)"고 연구소 폐쇄 이유를 밝혔습니다.
즉, '기와 초능력이 실제 작용하긴 하더라, 그런데 이걸 도저히 상업화할 방법이 없더라'는 뭐 그런 얘깁니다. 소니가 워낙 이 연구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해서 쉬쉬하며 마무리됐다고 합니다. 이부카 '왕회장'이 원하시니 어쩔 수 없이 운영하긴 했는데, 돈도 안 될 뿐더러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봤으니까요.
참 재미있는 연구였는데, 이렇게 조용히 막을 내리다니 '멀더'과인 저로서는 무척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기나 초능력이 진짜 돈벌이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일까요? 제 머릿 속에는 온갖 상업화 수단이 떠오릅니다만...
# 관련 참고자료
http://www.mind-energy.net/archives/26-Sony-has-had-an-ESP-research-laboratory.html
http://headlines.nerdworld.com/modules.php?name=News&file=article&sid=111
http://www.nytimes.com/1995/11/28/business/way-beyond-the-balance-sheet-in-japan-the-supernatural-is-often-a-business-tool.html
http://www.japantoday.com/category/lifestyle/view/japan-a-wonderland-of-the-bizarre
http://wwwsoc.nii.ac.jp/islis/en/journalE/abst5E.htm
* 출처 : 야후 블로그, eg_blog님의 세계 각국 문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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