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들의 동물본성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본다!
* 앤디 그로브의 부하 죽이기를 통한 생존전략
1980년대 초, 인텔은 ‘모토롤라를 꺾으려고’ 오퍼레이션 크러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하지만 모토롤라를 도저히 꺾을 수 없자, 당황한 앤디 그로브는 1년 뒤에 체크메이트 프로젝트를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앙처리장치 운영책임자였던 케이시 파월이 이 일을 맡아 주당 80~100시간 동안 일해왔으며, 체크메이트 프로젝트 운영도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체크메이트가 앤디를 만족시킬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중간관리자였던 잭 카스턴이 자신을 비웃고 있으며, 앤디까지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반면에 잭 카스턴은 자신과 케이시 파월이 여전히 친구로 지내고 있으며, 앙숙이라는 소문은 ‘완전히 날조된 사실’이라고 공식적으로 해명했다. 얼마 뒤에 체크메이트에 대한 보고를 하기 위해 파월이 임원회의실에 들어갔다. 그는 회의실 중앙에 서서 체크메이트가 직면한 몇 가지 문제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상황을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잭은 바로 옆자리에서 ‘그것 참, 당신이 그 문제의 핵심 아닌가요?’ 하며 첫번째 화살을 날렸죠. 그러자 앤디는 저를 호되게 비난했어요. ‘당신을 그 자리에 앉혔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빼앗아야 할 것 같군.’ 하고 말입니다. 정말 처절한 순간이었죠. 저는 얼어붙은 채로 멍하니 서서 그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두려웠습니다.” 앤디는 즉시 좋지 않은 결과를 큰소리로 비판하면서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았다. 호전적인 인텔문화를 감안하더라도, 그의 그런 격한 비판은 너무나 가혹했기에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결국 어느 선임부회장이 일어서서 “이건 좀 지나치다고생각됩니다.
앤디, 만일 당신이 계속 이런 말을 하고 싶다면 다른 곳에 가서 하십시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라고 항의했다. 또다른 이사가 펜을 집어던지고 회의실을 나가려 하자, 앤디는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두죠. 그러면 파월, 당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말해보시오.” 그는 효과적인 해결책들을 언급하면서 조직을 다시 정비하겠다는 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해결책에 대해 만족하는지 묻자 앤디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지켜보겠소.”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제가 고민하는 문제를 말해보겠습니다. 제가 관리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잭 카스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잭 카스턴?” 파월은 잭 카스턴이 즉시 “물론이죠”라고 대답했다고 회고했다. 그때 파월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다면 저는 분명히 한 사람의 남편과 아버지로서도 자질이 부족하다는 말이로군요. 이게 바로 제 문제입니다.” 그는 회사에 온 평생을 바쳤다. 하지만 인텔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게 엄청난 실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앤디에게 물었다. “그러면 이제 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자 앤디는 “그것 참,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소?”라고 반문했다. 파월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렇게 대답했다. “음, 진짜 제가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시는 겁니까? 물론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파월은 긴장한 탓에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회의참석자도 의식하지 못한 채 앤디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그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휴회를 제의했고, 앤디는 재빨리 휴회를 선언했다. 잠시 뒤에 몇 명의 임원들이 앤디에게 다가가서 회의분위기를 조절해달라고 얘기했고, 또다른 임원들은 파월에게로 가서 자신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말했다. 파월이 다시 회의실에서 나가려고 했을 때, 마침 앤디가 출입구에 서 있어서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앤디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내가 좀 지나쳤던 것 같군요.” 그러자 파월은 앤디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당신이 이런 식으로 나오리라는 걸 1주일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순간적으로 실수한 것처럼 미안하다고 하실 수 있죠?” 그러고 나서 그는 회사를 나와 업무에 대해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가까운 놀이공원에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6개월 후, 그는 체크메이트를 통해 자신이 이뤄내겠다고 약속한 목표를 정확히 달성했다. 그러자 앤디는 그의 업무성과를 인정하는 호의적인 서신을 보내왔다. 그 뒤에 파월은 인텔을 그만두고, 17명의 직원과 함께 시퀀트라는 컴퓨터 회사를 시작했으며 곧바로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초창기에 인텔이 아닌 내셔널 세미컨덕터에서 칩을 구매했다. 물론 앤디 그로브를 그 일을 통해 인텔에 계속 살아남았다.
* 루 거스너의 모방전략
IBM의 CEO가 되어 처음으로 주재한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루 거스너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저는 여성분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저를 제외하고 회의실에 계신 남성분들이 흰색 셔츠를 입고 계셨다는 사실은 분명하죠. IBM의 경영자로 새롭게 출발한 저는 파란색 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몇 주가 지난 뒤에 최고경영자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다시 회의실에 모였을 때, 루 거스너는 IBM의 문화에 맞게 흰색 셔츠를 입고 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부하직원들은 색깔있는 셔츠를 입고 왔다. 똑같이 줄무늬 정장을 입고 온 사람들을 놀려대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별 다른 부담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기억해야 할 사실은 거의 모든 사회적 동물들이 서로를 모방한다는 것이다. 하와이대학의 심리학자이자 『감정의 전염』의 공저자인 일레인 핫필드는 그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먹이를 충분히 먹은 닭이라 할지라도, 곡물을 탐욕스럽게 쪼아 먹는 굶주린 닭과 함께 있게 되면 다시 먹이를 쪼아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개미들은 다른 일개미들과 짝을 이룰 때 더 열심히 일한다.”
* 숙적 스티브 발머와 스콧 맥닐리가 극적으로 화해한 이유
2004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최고경영자 스콧 맥닐리는 회동을 갖고 평화협약을 체결했다.
10년간 스콧 맥닐리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레드몬드에서 튀어나온 짐승”이라고 공공연히 비난해왔다.
그는 발머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 빌 게이츠에게 “발머와 바보 같은 녀석”이라는 별명을 붙이고는, 그들이 진실을 가지고 장난칠 정도로 무능함에 빠진 것은 공식적인 토론을 갖자는 자신의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스티브 발머는 스콧 맥닐리를 ‘진실하지 않은 2개의 기준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IQ50 이하의 사람들”로 구성된 “매우 바보 같은 회사”로 묘사했다. 그 경쟁관계는 비난의 도를 넘어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자바 프로그래밍 시스템을 파괴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책을 사용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미국과 유럽 정부기관들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데 엄청난 힘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왜 이 두 마리 잔인한 원숭이들은 함께 무대 위에 올라 오른손으로 악수하면서 왼손으로 상대방의 팔과 어깨를 맞잡았는가? 그 두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20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화해를 했고, 앞으로 특허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비록 스콧 맥닐리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더이상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양사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로 약속했지만, 양측은 어느 쪽도 “유감입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화해의 동기에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양사는 리눅스 오퍼레이팅 시스템과 IBM이라는 공동의 적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치열한 경쟁관계가 심각한 혼란을 야기한다고 생각한 고객들, 주주들, 애널리스트들의 압력에 직면했던 것이다. 이처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치열한 라이벌 관계는 지루할 정도로 지속되었는데, 스티브 발머의 아내를 집으로 초청하여 화해의 물꼬를 튼 사람은 스콧 맥닐리의 아내였다.
CNET과 인터뷰하는 동안 자존심 강한 스티브 발머와 스콧 맥닐리는 서로 어떻게 협력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당황해서 허둥대기만 했다. 스티브 발머는 “우리에게는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있죠.”라고 답했고, 스콧 맥닐리는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같은 모임의 회원이라 그들의 도움을 받았죠”라고 답했다. 스티브 발머는 “사실 그 모임의 회원은 바로 스콧 맥닐리의 부인되시는 분이었죠.” 그러자 스콧 맥닐리는 “허허, 그것 참, 제 아내를 나무라야겠는데요.” 하고 말했다.
* 칼리 피오리나의 신입사원 교육
고함을 치거나 허세를 부리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도 때로 직장에서 주도권을 쥐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루슨트의 임원이었던 칼리 피오리나는 한때 신입사원들을 교육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그 회사는 남성 중심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직원들은 새로 입사한 상사들을 얼간이나 퇴물이라 부르며 경멸했다. 그렇다면 루슨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 회사는 새로 영입한 사원들을 맞이하는 중요한 회합에 재킷과 슬랙스를 입은 여성을 보내는 위험을 감수했다. 비즈니스 전기작가인 조지 앤더스는 『칼리 피오리나』에서 칼리 피오리나는 연설할 때 처음에는 부드럽게 하지만 태도를 점점 바꾸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연설을 듣는 남성 청중들보다 더 남자답게 연설했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루슨트 임직원은 여러분들을 거친 카우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우리가 겁쟁이라고 생각하시겠죠. 그렇다면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요?” 그러고 나서 그녀가 연단 뒤에서 걸어나오자 가랑이 사이로 터무니없이 큰 남성의 상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남편이 운동할 때 신는 양말이었지만, 그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고환은 다른 회사 사람들의 그것만큼 크죠.” 그녀의 연설은 마이크가 빈 등유 깡통을 굴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뒀으며, 이로 인해 부하들은 깜짝 놀라 나무 위로 뿔뿔이 흩어져서는 ‘웍웍’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것은 완전히 허세였다. 이런 빈틈없이 계산된 진행을 통해, 그녀와 연설을 듣던 직원들은 즉시 서로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게 되었다. 칼리 피오리나는 나중에 HP의 CEO가 되었지만, 이런 정면대결 방식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비즈니스 리더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 출처 : 리처드 콘니프, 양복 입은 원숭이,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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