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졸음을 부르는 입술인가
대화전문가 공문선 원장과 이정숙 대표의 ‘말꽝’ 극복 노하우… 듣는 사람의 처지를 생각해서 말하고 부정어를 긍정어로 바꿔보자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직장인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무엇일까? 한 헤드헌터 회사에서 조사했더니 1위는 “잘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그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람이 90%를 넘었다고 한다. ‘인정’의 힘은 사회생활이든 가족생활이든 ‘관계의 비타민’이다. 공문선(46) 커뮤니케이션 클리닉 원장이 직접 겪은 일화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있나요
“오래전 친구들과 캠핑을 떠난 일이 있다. 시원한 물줄기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동네 건달들이 나타나 자릿세를 요구했다. 주변의 다른 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는 동안 빈털터리였던 우리는 벌벌 떨고만 있었다. 패거리의 두목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한여름인데 마치 이소룡처럼 긴 바지를 입고 쌍절곤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일행 중 한 친구가 엉겁결에 감탄사를 내질렀다. ‘와, 진짜 이소룡 같다!’ 두목이 거만하게 물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저… 너무… 멋지다고…, 꼭… 이… 소룡… 같다고….’ 그날 우리는 매도 맞지 않고 돈도 빼앗기지 않았다. 두목은 그날 저녁 찐 감자와 옥수수를 보내줬고 다음날 떠날 때에는 용돈까지 쥐어주었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상대방이 표현해주는 것”이라고 공 원장은 설명한다. 인정을 받으면 내면화 과정을 통해 인정받은 그대로의 이미지를 유지하려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건달 두목은 자신이 닮고 싶어하는 이소룡처럼 보였다는 말에 그만 진짜 이소룡처럼 ‘멋지게’ 군 셈이다.
우리는 말을 하면서 상대를 얼마나 ‘인정’하고 있을까? 제아무리 유려한 말솜씨를 가진 사람의 얘기라도 지겨워지는 때가 있다. 그가 나(우리)를 향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향해서 말한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교장 선생님과 사장님의 ‘훈화 말씀들’이 ‘강력한 수면제’가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자기 말에 취해 했던 말 하고 또 하는 분들은 ‘말꽝’ 꼬리표를 달기 쉽다.
말 잘하는 사람들이 꼽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듣는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애써 말해도 ‘외계어’가 된다. 대화전문가 공문선 원장과 이정숙 (주)SMG 대표에게서 ‘말꽝 극복’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공문선 원장은 ‘말 잘하기 위한 세 가지 기본기’를 강조했다.
△내가 잘 말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경제부처 기자들이 꼽는 ‘말짱’ 안철수 전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많이 알고 있는 것보다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맥켄지컨설팅은 직원을 상대로 ‘세 가지 핵심 사항을 쉽게 3분 안에 말하기’ 교육을 한다.
△말 이외의 것들을 얼마나 활용하는가? 말 잘하는 사람들은 언어구사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언어 자체의 전달효과는 기껏해야 7∼8% 정도다. 언어와 태도, 신체의 3요소가 커뮤니케이션을 이룬다. 사람들은 말투보다는 말의 속도, 눈빛이나 시선, 표정,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보고 더 많은 판단을 한다.
△혹시 텍스트 중심으로 글 읽듯이 강의하거나 연설하지는 않는지. 대화는 상대의 말을 들으며 머릿속에서 음미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속도가 빠르다’는 표현보다는 ‘바람처럼 휙 지나갔다’는 표현이 훨씬 더 강력하게 전달된다. 맛깔나게 말하는 사람들은 오감을 동원해 말한다.
공 원장은 상황에 따라 ‘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두라고 덧붙였다. 연설처럼 1 대 다수의 상황에서 말할 때에는 자신이나 누군가 겪었던 일 중심으로 얘기를 해야 청중이 몰입한다. 물론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 때 장황한 스토리텔링은삼가야 한다.
이정숙 대표가 꼽는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나는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생각하고 말하지 않으면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나아가 행동하게 된다. 이 대표는 평소에 연습할 내용을 짚었다. 스피치·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받는 이들 중 아래에서 두어 개만 꾸준히 실천하고도 크게 달라지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말이 생각을 자극한다
△평소 사용하는 단어를 부정어에서 긍정어로 바꾸자. “난 못해”가 아니라 “한번 해보지 뭐”로.
△회피형을 적극형으로 바꾸자. “그런 일은 나하고는 안 어울려. 특별한 사람이나 하지”가 아니라 “왜 나라고 못해?” 하고 적극 수용하는 쪽으로. 그렇게 습관화하면 팔자도 바뀐다. 말이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가끔 자기 말을 녹음해서 들어보자. 의외로 남이 말할 때 자기가 기분 나빴거나 듣기 싫었던 말을 내가 다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쇼크를 받는다는 사람도 많다. 자기 말을 객관화해봐야 자각이 싹튼다.
△바른 발성 연습을 틈나는 대로 하자. 우선 입을 크게 벌리고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나운서들이 크게 한자한자 또박또박 말하기 훈련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혼자 운전할 때 소리를 빡빡 지르면서 연습하면 제일 좋다. 꾸준히 하면 성량이 풍부해지고, 작게 말해도 상대방에게 또박또박 전달된다. 상사가 웅얼웅얼 껌 씹는 소리로 말할 때만큼 아랫사람이 피곤한 경우도 없다. 매번 “뭐라고요? 뭐라셨어요?” 물어볼 수도 없고.
△말하기 전 2초 정도만 멈추고 정리하자. 이 문장을 말할까 저 문장을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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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지 말고 흐리지 말자
한글문화연대 부대표 정재환씨가 꼽은 ‘꼴불견 말버릇’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방송인이자 한글문화연대 부대표인 정재환(45)씨가 ‘바른말 전도사’로 불리는 데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 인터뷰 약속을 정한 뒤 정씨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일 1시50분에 뵙겠습니다. 길 모르시면 전화하세요.” 정확한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문자 메시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마침표까지 찍혀 있었다. 왠지 문득 ‘찔렸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바른말 전도사’ 정씨가 꼽은 ‘꼴불견 말버릇’은 무엇일까?
첫째,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하는 버릇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고 정연하게 설명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주기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문장에도 비문이 있듯 말에도 비문이 있다. 말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옮겨놓으면 엉망인 말하기는 의사소통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둘째, 말실수다. 혀가 먼저 돌아가 생각나는 대로 내뱉으면 결국 모든 관계에서 자기만 손해다. 생각이 말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연습을 하면 적어도 말실수를 하지 않을 만큼의 순발력은 기를 수 있다.
셋째, 말끝을 흐리는 버릇이다. 말을 할 때 문장을 끝까지 마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특히 대외적인 자리에서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넷째, 영어 섞어쓰기다. 설명하려는 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영어단어뿐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우리말을 쓰자. 특히 대중을 상대로 얘기할 때는 우리말 사용이 더 중요하다. 영어단어를 쓴다고 꼭 유식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뜻을 풀어서 우리말로 표현하면 전달력과 호응도는 훨씬 높아진다. 사자성어 등 한자어도 마찬가지다.
정씨는 “일상생활은 대본이 있는 드라마가 아니기에 모든 말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상대방이 듣기 편할 만큼은 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올바른 말하기의 시작은 우리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출처 : 한겨레21, 2006년05월03일 제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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