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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짱]절제한다, 한순간 치고 나간다

BUZZWeb 2009. 1. 12. 11:43

“절제한다, 한순간 치고 나간다”


친근함과 재치를 무기로 방송가를 휘젓는 개그맨 신동엽의 말하기 비법… 상대방이 마음 열면 대화가 쉬워져… 말하기 닮고 싶은 사람은 임성훈씨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방송인이라면 어느 정도의 입담은 필수다. 최고의 입담을 가진 자는 ‘방송의 꽃’ 진행자로 발탁된다. 시청자의 사랑과 신뢰를 유독 많이 받는 진행자는 프로그램이나 코너의 제목 앞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다. ‘러브하우스’ ‘신장개업’ ‘사랑의 위탁모’ ‘하자 하자’ ‘헤이헤이헤이’ ‘즐겨찾기’ ‘있다? 없다!’ 등의 공통점은 신동엽(35)이란 이름이 앞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신씨는 방송가에서 최고의 진행자로 꼽힌다. 재치 만점의 웃음과 따뜻한 눈물 덕분이다. 유독 친근하게 느껴지는 점도 한몫한다. 보통 연예인에게 느껴지는 친근감은 외모에서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씨는 수더분한 외모의 대명사인 ‘옆집 오빠’보다 ‘서울깍쟁이’ 쪽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 정체불명의 친근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얄미우리만치 작은 그의 입이다.


방송전 몇 마디라도 더 나눈다


- 자신의 말하기를 어떻게 생각하나?

 

=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내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복식으로 발성하지 않고 목을 쓴다. 목소리도 안으로 먹어들어가고, 발음도 약간 새는 편이라 뉴스처럼 정보성이 강한 프로그램에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웃음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긴다. 개그맨과 진행자는 시청자에게 쉽고 빠르게 재미와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친근함과 재치를 내 말하기의 특징으로 꼽아주는 분들이 많다.

  

△ 방송가에서 최고의 진행자로 꼽히는 신동엽씨는 재치 있게 말하기의 비법으로 절제와 순발력을 꼽는다. (사진/ 박승화 기자)

 
- 어떻게 하면 친근하게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나?

 

= 일상생활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내게 마음을 열면 대화가 쉬워진다. 웃을 준비가 돼 있으면 더 편하고 재미있게 들어준다. 그래서 방송에 들어가기 전 함께 출연하는 동료 연예인들과 몇 마디라도 나누려고 노력한다.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과 방송을 할 때는 그게 더 중요하다. 같은 이유에서 시청자와도 친해져야 한다. 시청자의 생각을 알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기에 홈페이지나 식당 등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를 귀담아듣는다.

 

 

- 방송을 하면서 터득한 말하기 비법이 있다면?

 

= 절제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상대방을 지치게 한다. 말에 진정성을 담고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면 굳이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아도 웃음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그 다음은 순발력이다. 방송을 할 땐 특히 짧은 순간에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오간다. 여기서 이 말을 할까, 이렇게 해볼까. 그 말이 필요한 순간을 확 잡아야 한다.

 

 

- 어릴 때부터 말을 잘했나?

 

= 타고난 면이 있긴 있다. 또래보다 말을 잘하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기차를 타고 바닷가에 놀러갔다. 기차에서 마주 앉아 있던 대학생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내릴 때에는 주소도 주고받았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오히려 방송을 시작한 뒤에는 내가 말을 건네는 사람보다 내게 말을 건네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인지 일상생활에서는 조금 내성적으로 변했다.

 


김용만, 보통 내공이 아니구나


- ‘말하기’를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임성훈씨다. 임씨는 진행할 때 물이 흐르는 것처럼 부담 없이 모든 것을 전달한다.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해도 각각의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말하기를 구사한다. 그러한 전달력을 닮고 싶다. 김용만씨는 안정감이 있다.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를 진행할 때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각각의 특징을 찾아내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것을 봤다. ‘보통 내공이 아니다’ 싶었다. 많은 사람들과 있어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방송한다. 유재석씨는 상대방을 돋보이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말할 때에도 늘 낮은 자세로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준다.

 

* 출처 : 한겨레21, 2006년05월03일 제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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