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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파 던지기, 어디까지 허용될까?

BUZZWeb 2012. 12. 17. 09:47

추파 던지기, 어디까지 허용될까?
By ELIZABETH BERNSTEIN

 

타마라 윌슨(52)은 자기는 어떤 사람에게든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단골 정육점 주인(공짜로 칼을 갈아준다), 공항 직원(신분증을 집에 놓고 왔는데도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여성 택배 기사(이제 알아서 택배를 현관에 두고 간다)와 약간의 의도를 가지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시애틀에서 마케팅회사를 운영하는 윌슨은 “커다란 푸른 눈동자로 눈웃음을 날리면 원하는 것을 다 얻어낼 수 있다”면서 “안 넘어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스스럼없는 태도 때문에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윌슨은 어느 파티에서 유부남과 야한 농담을 주고 받은 이후로 직장동료가 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게 됐다. 클라이언트가 그녀의 농담을 오해해서 클라이언트를 잃은 적도 있다.

 

이렇게 오해를 무릅쓰고라도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아야 할까? 우리는 친구, 직장동료, 어쩌다 알게 된 사람들과 실없는 대화를 한다. 그런데 진지한 만남을 유지하고 있을 때 이런 행동이 미칠 여파는 보다 복잡미묘해진다. 추파가 어디까지 용인되느냐는 내가 원래 어떤 의도를 품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내가 진지하게 사귀고있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냥 친절한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있어서 추파를 던지는 것인지 구분하기는 쉽지않다. 이렇게 경계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욱 짜릿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Dominic Bugatto
바리스타에게 은근히 미소를 날리면 에스프레소 샷을 공짜로 추가해줄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연애 감정이나 성적인 함의가 포함된 애매모호하면서도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추파라고 정의한다. 한마디로 추파가 성립되려면 의도가 포함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리 상황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쉽사리 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추파를 던질 때 대다수는 눈치를 챈다. 칭찬, 농담, 집적거리기 등 언어적 형태일 수도 있고, 미소를 던지거나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머리칼을 넘기거나 팔에 손을 올리는 행동일 수도 있다. 웃는 표정과 윙크 날리는 이모티콘을 잔뜩 넣은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의 형태일 수도 있다.

 

느끼한 멘트를 날리는 고전적인 방식이 이제는 많이 쓰이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최근에 마이애미에서 컨버터블에 타려고 하는데 수트를 차려입은 잘생긴 남자가 ‘저랑 같은 방향으로 가시나요?’라고 말을 걸어온 적이 있다.) 과학자들은 추파 덕분에 인류가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배우자를 찾을 수 있고, 여성은 잠재적인 파트너를 평가하고 관계를 한단계 진전시키기 전에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추파를 던지는 이유에는 적어도 여섯 가지가 있다고 한다. 짝을 찾기 위해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노던일리노이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전공 교수인 데이브 헤닝센은 “즐기기 위한 추파는 마치 라켓볼과도 같다”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함께하는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Dominic Bugatto


우리는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면 어떨까 알아보기 위해서, 또는 이미 사귀고 있는 사람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추파를 던진다. 우리 스스로 또는 상대방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서도 시시덕거린다. 때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한다. 헤닝센 교수는 이렇게 목적의식이 있을 경우를 ‘의도적 추파’라고 표현했다. (필자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조종사의 시계를 ‘감탄하면서 바라본 적’이 있다. 그 결과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브랜디 프리스비 켄터키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전공 교수는 배우자와 주고받는 추파는 결혼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리스비 교수는 사이가 좋은 커플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둘만 은밀하게 대화하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 은근하게 추파를 주고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커플은 서로에게 헌신하며 만족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사귀지 않는 관계일 경우에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위험성도 있다. 이번 논문을 공동 집필한 헤닝센 교수는 2009년에 기존 논문 15건을 분석한 결과 남성은 여성이 관심을 보인다고 지레짐작하거나 여성이 추파를 던질 때 여성이 실제로 의도한 것보다 성적인 의미로 해석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리스비 교수는 성별 차이를 비교한 결과, 여성이 성적인 의미가 함축된 추파를 던질 때 남성은 매력을 느끼지만, 남성이 이런 식의 추파를 던질 경우에 여성은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데이비드 바키(46)는 개인금융 관련 웹사이트 에디터로 미혼이다. 그는 최근에 동네 약국에서 매력적인 약사에게 ‘결혼반지를 안 끼셨네요’라고 작업을 걸었다. 그는 “약사는 ‘그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고, 나는 처방전대로 약을 조제하는 사람일 뿐이며, 그런 식으로 작업을 걸어오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고 쏘아붙였다”고 말했다.

 

바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는 “남성이 작업을 걸 때는 극도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지나치게 오버하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니 러셀은 캘리포니아 주 델마에서 변호인을 위한 홍보 담당자로 일한다. 러셀은 텍사스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텍사스 스타일의 과도한 추파가 몸에 익었다. 그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농담을 주고 받는다. 극장에서 티켓을 사려고 기다리면서 앞에 있는 커플에게도 말을 걸고 교통위반 딱지를 끊는 경찰에게도 추파를 던진다(별 효과는 없었다고).

 

러셀은 몇 번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고 시인했다. 한 번은 공군 소위에게 농담을 걸었는데 남자는 작업을 받아주기는커녕 ‘장교를 뭘로 아는 거냐’며 호되게 꾸짖었다고. 또 한 번은 파티에서 어떤 남자에게 추파를 던졌는데 남자의 부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 남자는 자기 남편이라고 차갑게 말했다고 한다. 러셀은 온화하게 웃으면서 ‘와, 남자 보는 눈이 높으시네요’라고 얼버무렸다고 한다.

 

작업이 성공한 적도 있다. 그녀는 수개월동안 TV에 출연한 한 변호사에게 팬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당신은 기자들의 질문에 단순명쾌하게 응하고, 피해자를 존중하며,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인 데다, 외모까지 잘생겼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는 뭐하시는 분이냐는 답장을 보냈고 그녀는 변호사들을 위한 홍보 담당 일을 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당신은 홍보가 따로 필요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는 결국 그녀를 채용했다.

 

러셀은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면서 추파는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빠르고 돈 안 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영어원문 보기

 

* 출처 : The Wall Street Journal, 14. November 2012, 12:28:2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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