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스머프는 공산주의자?
애니메이션 사이트에 나오는 기상천외한 질문과 답변들
김대홍 (bugulbugul)
▲ 애니메이션 사이트 게시판에 가면 풍부한 설명과 기발한 지적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사진은 마징가클럽 게시판. ⓒ 김대홍
파파스머프는 공산주의자였다!
아니 이게 무슨 뜬금없는 말? 그러나 이 말에는 근거가 있다. SMURF는 Socilalist Men Under Red Father의 약자이며, 스머프 사회가 공산주의가 이론적으로 지향하는 사회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스머프 사회에서는 화폐가 통용되지 않고, 모든 것이 공평하게 분배되며 게다가 하얀 바지에 모자, 옷도 똑같이 차려 입는다. 사회의 구성원이 똑같이 중요하게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공산주의 원리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또 스머프 사회에서 모든 스머프들은 행복하고, 범죄도 존재하지 않으며, 스머프 사회에서 미움받는 존재인 탐욕이와 허영이는 전형적인 자본주의를 상징한다는 내용. 스머프 사회에서 가장 가치있는 존재로 묘사되는 대장장이 또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이며, 스머프를 녹여 황금만들 생각에 여념이 없는 가가멜은 돈만 밝히는 유태인, 가가멜의 애완동물 아즈라엘은 멍청하고 게으른 미국의 정치인들을 상징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음모이론은 스머프를 다루는 애니메이션 사이트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마크 슈미트가 쓴 <'개구쟁이 스머프'에 나타난 사회-정치학적인 논제>(Socio-political Themes in The Smurfs)에서 본딴 이 글은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기발한 상상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각종 애니메이션 사이트 자료실과 게시판에 가면 재치넘치는 글과 문답글들이 넘쳐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애니메이션 세계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는 것이 '여름에 겨울옷 걸치는 것'처럼 조합이 맞지 않지만 그 어처구니없음에서 나오는 결론은 절로 웃음이 배어나오게 만든다.
또 기발한 질문과 답변들은 각각의 애니메이션을 치밀하게 분석한데서 나오는 것들도 있어, 애니메이션에 대한 그들의 높은 식견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사이트 운영자의 맛깔스런 해설이 곁들여지면 더욱 재미있다. 사진은 '소년' 사이트. ⓒ 김대홍
마징가 Z의 조종사 카부토 코지가 사실은 고액 연봉자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카부토 코지의 조부인 카부토 쥬조 박사는 초합금Z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발명을 해내었고, 그것들을 전부 특허로 신청해놓았기 때문에 엄청난 특허료를 받는 고소득자라는 이야기가 원작에 나온다.
이것이 'Z 마징가'에서 카부토 코지가 지구를 지켜주는 대가로 연봉을 받고, 대부분의 금액은 어머니가 대신 관리해주면서 용돈을 받게 된다. 연봉 계약도 '10년 계약'이며, 적들이 쳐들어오지 않아도 처음 3년은 무조건 연봉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조건을 내걸었다는 이야기가 한 애니메이션 전문 사이트 가면에 나온다.
그레이트 마징가가 겨울에도 끄떡없는 이유와 스타에이스의 장르는 '열혈스포츠물'이란 설명도 재미있다. 그레이트 마징가에는 '전자 라디에이터'가 있었기 때문에도 겨울에도 탑승자가 추위를 타지 않고 안전하게 조정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에서 스타에이스로 번역돼 방영된 당가드 A는 10화가 지나도록 주역로봇인 당가드 A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오직 주인공이 로봇을 타기 위해 특훈에 특훈을 거듭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게 된다. 전체 내용의 5분의 1 가까이를 로봇을 탑승하기 위한 특훈에만 소비하는 것으로 볼 때 '열혈스포츠물'이라는 게 글의 작성한 이의 설명이다.
마징가 Z의 여자로봇 비너스 A가 왜 가슴로켓을 발사할까란 물음에 대한 답변에도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가슴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설정은 정말 황당함의 극치로 적이 그걸 보고 기가 막혀서 잠시 멍해졌을 때를 노리려는 고도의 작전이라는 것.
골든 라이탄이 좌우익 대립을 다룬 만화였다는 부분도 만화를 소상히 본 사람만이 써낼 수 있는 내용이다. 지은이는 '골든 라이탄의 삼부판-지옥의 레저랜드'편에서 메카대왕의 양대 심복인 좌익장군과 우익장군이 서로 로봇을 대결시켜 이기는 쪽이 골든 라이탄과 대결한다는 내용을 설명하며, '마치 현세의 좌익 우익의 대립을 만화에 반영한 것 같다'고 웃음과 함께 덧붙인다.
▲ 마니아들은 잊혀진 캐릭터들에서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사진은 무은뇌성의 악당갤러리 사이트. ⓒ 김대홍
이외에도 독수리 오형제가 불새로 변할 때 어차피 조종이 불가능한데 왜 사령선에서 내리지 않고 열기로 고통을 당하는지하는 의문과 여성 한 명과 남성 네 명이기 때문에 독수리 오형제가 아닌 '독수리 오남매'란 주장, '슈퍼 슈퍼 슈퍼'하는 첫부분 때문에 우리나라에 '슈퍼마켓' 붐이 불었다는 내용은 코미디 소재로서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또 청개구리는 발가락이 4개에 울음주머니가 1개인데, 왕눈이는 발가락이 4개이면서 울음주머니가 2개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개구리 왕눈이는 청개구리가 아니다'라는 과학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초록빛 자연' '푸른 하늘' '하나 뿐인 인간의 별 지구를 위해서' 등 일찍부터 환경친화적인 면모를 보인 그랜다이저와 독수리 오형제가 물러나면서 급속도로 지구가 오염됐다는 엽기적인 주장도 선보인다.
사실 애니메이션 자체가 황당한 상태에서 사실 유무를 가린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발한 상상을 누리는 즐거움은 팍팍한 현실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늘 하루 머리 아프고 골치아픈 일이 있다면 이들 사이트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 출처 : 오마이뉴스, 2003.11.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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