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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축구 천재가 되지 못한 이유

BUZZWeb 2010. 12. 31. 17:48

당신이 축구 천재가 되지 못한 이유

 

 ⓒMike Finn-Kelcey/BPI/스포탈코리아
 
[스포탈코리아] 세계 최고 선수들의 재능은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 탁구 챔피언이자 운동 선수들의 재능과 관련한 책 ‘바운스’를 집필해 호평을 받았던 매튜 시에드가 그 ‘신비’를 집중 탐구했다.

 

에디터 이민선

 

축구에서 재능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발견하기 위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올드 트라포드나 에미리츠에서 열리는 프리미어리그의 혈투, 그리고 주말 동네에서 펼쳐지는 축구를 비교해보자. 주말 근처 공원에서 열리는 축구에서는 필요없이 열심히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또 가끔은 멋진 패스를 꽂아 넣는 사내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에게 뭔가 짜릿한 재능을 발견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에는 뭔가 다른 점들이 있다. 터치, 감각, 기교, 시야, 뛰어가는 동료를 향해 인치 단위까지 완벽하게 들어가는 패스까지. 이런 재능들이야말로 축구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다. 특히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빠르게 진행되는 체스와 같은 예술의 경지에 가까운 희열을 준다.

 

재능은 ‘최고’와 ‘나머지’를 합리적으로 구분하는 단어다. 스포츠 스타들의 남다른 실력은 그들의 DNA에 잠재된 타고난 재능과 관련된다는 의미다. 재능이 아니라면 과연 어떻게 리오넬 메시가 그렇게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숭고하리만큼 꾸준한 폴 스콜스의 활약은?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이 선보이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프리킥은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이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은 결국 운동선수들의 타고난 재능이 선택된 개인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유전이라는 확률의 복권에서 당첨된 자들이 그 외 사람들을 월등히 앞서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모든 매력적인 생각이 모조리 잘못된 생각이라면 어떨까? 축구계에서 성공한 선수들에 대한 우리의 심오한 가정. 거기서 더 나아가 삶 자체가 유전된다는 우려의 가정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면? ‘재능’ 자체는 아무 의미도 없는 개념인데다 오히려 우리와 우리의 자식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전진할 기회를 좀 먹는 부식제라면?

 

ⓒBenedetta Mascalchi/BPI/스포탈코리아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재능이 아닌, 꾸준한 연습이다"

탁구채를 처음 작기 시작할 때, 난 위와 같은 질문을 자문했다. 레딩의 한적한 교외에서 시작한 내 여정은 결국 세 번의 커먼웰스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르렀다. 높은 성과를 이룩한 대부분의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난 나의 성공을 신이 주신 재능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속도, 교활함, 적응력, 민첩성과 유연성 같은 천부적 재능 말이다. 때때로 날 수십만 명의 경쟁자가 열망하는 고귀한 위치에 오르도록 만든, 내가 지닌 풍부한 재능에 스스로 놀라곤 했다. 하지만 내 성공의 원인이 재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꾸준한 내 노력과 적절한 기회가 어우러진 결과라면 어떨까? 축구나 탁구, 또는 인생이나 스포츠의 어떤 분야에 관계없이 소위 ‘고수’라 불리는 이들은 사실 타고난 재능이 아닌, 수억 수천 시간의 연습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

 

결국 재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우리 모두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자. 잘 나가는 축구 교육기관의 한 코치는 내게 “괜찮은 코치라면 누구든 재능 있는 선수를 발견하는 능력이 있다. 그들이 움직이는 방법, 공을 건드리는 방식, 기회를 발견하는 능력 같은 재능 말이다. 이 모든 능력을 가진 아이가 무리 속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아이가 프로 선수가 된 이후에도 그런 재능을 펼칠 잠재력을 가진 선수라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재능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랜 시간 훈련을 해온 선수였다면, 코치들은 그 사실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또한 그 선수와 다른 선수들이 가진 지금의 차이가 수년에 걸친 훈련 이후에도 계속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있는 걸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연구가 보여주는 대답은 “코치들은 그런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음악가들을 상대로 행해졌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최고 수준의 음악가들과 별로 이뤄낸 것이 없는 음악가들 사이에는 발전 속도의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같은 연습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각각의 집단은 거의 일정한 속도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차이는 간단했다. 성공한 음악가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뷔 당시부터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음악가의 배경에는 부모님의 남다른 음악 교육이 있는 경우가 잦았다.

 

ⓒMike Finn-Kelcey/BPI/스포탈코리아

"성공이란 끊임 없는 노력, 인내, 학습, 희생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애정의 결과다."

1997년 US 마스터스 사상 최연소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타이거 우즈는 신이 내린 골프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전문가는 그를 두고 “역사상 가장 넘치는 재능을 가진 선수”라 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신들은 타이거 우즈가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5일 전부터 골프채를 손에 쥐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는 2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골프 한 라운드를 진행했고, 5살의 타이거 우즈는 대부분의 일반인이 일생 동안 할 골프 연습량을 훨씬 뛰어 넘는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고된 연습을 해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타이거 우즈는 연습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러한 통찰이 메시, 베컴을 비롯해 남들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최고 수준에 도달한 다른 축구 선수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은 그들의 자서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동런던에 살던 어린 베컴은 공을 들고 공원으로 나가 같은 자리에서 정확한 킥을 위해 몇 시간씩 반복해서 공을 차고는 했다. “녀석의 노력은 가히 헌신적이었다. 때론 마치 공원에서 살림을 차린 듯한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베컴 아버지의 설명이다.

 

베컴의 헌신적인 노력은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한 지 2년이 지난 1994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끊임없는 그의 노력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레알 마드리드, AC밀란, 그리고 LA갤럭시의 팀 동료들 역시 베컴에 대해 비슷한 찬사를 보내고는 했다.

 

최고 수준에 오른 다른 축구 선수들의 이야기 역시 베컴의 그것을 반복하고 있다. 메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끊임없는 노력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난 모든 사람은 소망을 가질 수 있고, 그 소망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다음은 펠레의 이야기다.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 인내, 공부, 연구, 희생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려는 또는 행하려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또 다른 세계 최고의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사례는 이 가설을 완성한다. 새롭게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은 주제 무리뉴는 동향 출신 윙어의 훈련량에 감탄을 표한 바 있다. “그가 훈련하는 방식은 정말 놀랍다. 가까이서 지켜 본 그는 세계 최고의 위상을 지닌 선수 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동료보다도 많은 시간 동안 훈련한다.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가 다른 선수들의 모범이 되어주기 때문에 난 아무 부담을 가지지 않고 다른 선수들에게 헌신적인 태도를 요구할 수 있다.”

 

모든 거장들의 솜씨가 천부적인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들어가는 노력을 거의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밟아왔던 수천 번의 시도들, 수많은 연습 시간, 훌륭함이 배어 나오기까지 필요했던 셀 수 없는 세월을 설명할 수만 있다면, 그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기수들은 더 이상 신기하지도, 타고난 것처럼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BPI/스포탈코리아

“기술이 재능보다는 연습으로 우러나온다는 생각은 성공에 대한 잉글랜드 감독들의 생각을 비웃는 결과다”

어느 심도 있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분야 특히 복잡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 중 10년 이상의 끊임없는 노력을 투자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컴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 비장의 무기는 바로 훈련이다. 만약 인생에서 성취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난 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 또 노력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만 더 노력해야 한다고 항상 믿었다.”

 

물론 이 연구 결과 또한 특정 아이들은 다른 보통 아이들 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축구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않는다. 다만, 이는 단지 인생을 살면서 우리 모두의 출발점이 완전히 동등하지는 않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라 여긴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올바른 종류의 훈련을 거듭하면서 우리의 능력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변화의 대상은 단지 육체뿐만이 아닌, 뇌의 구조도 포함된다. 택시 운전사들의 뇌 중에서도 공간방향성을 조절하는 부분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상당히 크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차이가 출생 때부터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택시 기사라는 직업을 가진 뒤 서서히 성장했다고 봐야 한다. 프로 축구 선수들을 상대로 뇌기능검사를 진행하게 되면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리라나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무식하게 많은 연습량만이 능사는 아니고, 연습의 질 역시 매우 중요하다. 바로 여기서 감독들의 역할이 대두된다. 선수들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넘어 개인적인 발전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데에는 감독들의 역할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그 매개체로서 풋살이 오랜 기간 동안 시도되어 왔고, 나름의 가치를 꾸준히 입증 받아왔다. 풋살은 좁은 공간에 주어지는 심한 압박 속에서 많은 것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축구와 꽤 유사한 스포츠다.

 

공은 비교적 작고 무거우며, 표준 축구장의 넒은 공간과는 반대로 상당히 한정된 공간만이 주어진다. 마치 기성 축구의 온갖 복잡한 동력, 경쟁의 강도, 그리고 서로 간의 맹렬한 신경전을 작은 껍데기 안에 농축해서 담은 듯 보인다.

 

그 결과 풋살 선수들은 일반 축구에서보다 분당 볼 터치 횟수가 6배 정도 많고, 작은 공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컨트롤이 요구된다. 축구 선수들은 풋살을 통해 즉흥성, 창조성 그리고 기술을 훈련할 수 있다. 단순히 공을 차버리는 것만으로는 득점은 고사하고 머지 않아 숨이 막히는 상대의 역습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브라질 축구 선수의 대부분은 풋살을 통해 축구를 배운 경우가 많다. “풋살은 내가 볼 컨트롤, 판단력, 그리고 패스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펠레의 이야기다. “난 어렸을 때 풋살만 했다. 축구 선수가 되려는 소년에게 풋살만한 출발은 없다.” 브라질 대표팀 72경기에 출전해 52골을 넣었던 지쿠의 말이다.

 

물론 뛰어난 기술의 근원이 타고난 재능이 아닌, 특별화된 연습이라는 관점은 성공에 대한 대부분의 잉글랜드 감독들의 지각을 완전히 비웃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소년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기존 잉글랜드 감독들의 그것과는 정반대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오클랜드 아틀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이 미국 야구계에 뿌리 박혀 있던 고정관념을 뒤바꿨던 상황과도 연관성이 있다. 그는 선수의 속도나 연줄로 선수를 영입하던 기존의 관습을 탈피, 출루율이나 타율과 같은 통계에 근거해 선수를 영입했던, 당시로서는 굉장한 혁명가였다.

 

여전히 노력의 힘을 믿지 않는 당신에게는 탁구 선수로 성공한 내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라 말하고 싶다. 분명히 스포츠에서 비범함 자질을 만드는 것은 재능이 아닌,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 적절한 기회다.


 

매튜 시에드는 커먼웰스 탁구 대회에서 3회 우승을 차지했고, 영국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수상 경력이 있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재능을 주제로 책을 출판했다. Fourth Estate가 발간한 ‘바운스: 챔피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Bounce: How Champions are Made)’가 그것이다.

 

한국형축구게임 프리스타일풋볼의 대반격

 

 

* 출처 : 스포탈코리아, 201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