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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 작동하는 로봇

BUZZWeb 2009. 4. 2. 13:41

생각만으로 작동하는 로봇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아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의사소통을 하려면 말을 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인 경우 몸짓이나 손짓을 통하게 되지요.

아주 친밀한 사이인 경우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있다고 하지만요.

 

그런데, 실제로 말은 하지 않고 단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떠올렸을 뿐인데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내 생각을 알아차린다면….

『サトラレ』(사토라레)라는 일본 만화가 있습니다. 

 

사코 마코토(佐藤マコト)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모든 생각이 사념파(思念波)를 통해 주위에 전달되는 증상을 보이는 가공의 병을 가진 사람이 겪는 일을 그렸습니다.

 

이 병의 정식 명칭은 「선천성R형 뇌량변성증(先天性R型腦梁變成症)」.

이 증상을 가진 사람은 예외 없이 국익에 관계될 정도의 천재인데, 본인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모든 사고가 주위에 알려지는 고통으로 정신붕괴를 일으키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사토라레 대책위원회라는 조직이 보호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며 저 사람은 어떻다고 평가를 하기도 하고, 집에 가서 무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 생각은 옆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알아채지요.

 

주인공이 흉을 보는 생각을 하면 바로 알지만 모르는 척 연기를 해야 합니다.

주위 사람들도 괴로울 수 밖에요.

 

우연히 사토라레끼리의 만남이 이뤄질 기회가 생기자 보호 조직은 이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입니다.

사토라레끼리 만나면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되고, 자신이 사토라레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지요.

 

만화는 처음 8권으로 발간된 뒤 속편이 계속 나오고 있고, 지난 2001년에 영화화됐고, 2002년에는 <테레비 아사히>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예로 텔레파시라는 게 있지요.

얼마 전 스타킹의 한 출연자가 MC가 고른 카드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신기한 일이지요.

 

그런데 이제 사람과 로봇이 말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생각만으로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 일본에서 개발됐다고 합니다.

 

머리 속에 생각한 이미지대로 움직이게 하는 이 기술은 자동차 제조업체인 혼다의 자회사인 혼다 리서치 인스티튜트 재팬과 국제 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 시마즈 제작소의 공동연구팀이 개발했다고 오늘(4/1) 아사히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이 기술은 뇌파와 뇌혈류의 데이터를 해석함으로써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사를 로봇이 파악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은 헬멧 형태의 센서를 머리에 쓰고,몸은 움직이지 않은 채 로봇에게 시키고 싶은 일을 생각하기만 하면 만사 OK.

기존의 인간형 로봇인 『아시모』에 이 기술을 접목시킨 결과,「오른 손을 들어라」,「발을 움직여라」등의 4가지 동작을 하는 데 90% 성공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앞으로 양손에 짐을 들고 있어도 생각만으로 차의 문을 열 수 있고, 음식을 만드느라 조리 기구에서 자리를 뜨지 못할 때도 로봇에게 상을 차리게 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군요.

 

▲ 로봇 아시모

 

원리는 이렇습니다.

사람이 무언가 생각을 할 때 뇌에서는 미약한 전류와 혈류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혈류의 변화를 근적외선을 통해 계측하는 장치와 뇌 활동에 의해 생기는 전기신호를 측정하는 뇌파계의 데이터를 조합해서 해석하고, 그 결과를 손과 발을 움직이게 하는 전기신호로 바꿔 무선으로 로봇에 날려 보내는 것입니다.

 

장래에는 「덥다고 느끼면 바로 작동하는 에어콘」등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데요.

다만, 지금은 이 장치 무게다 무려 300kg이나 되는 데, 소형화 앞으로 몇 년 안에 소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만으로 의사가 전해지는 기술이 발전하고 로봇 기술도 진화하면 앞으로 사람은 무얼하고 사나요?

 

 

[편집자주] 깊이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은종 기자는 그동안 사회.국제 이슈와 경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취재와 데스크를 거치고 현재 SBS 보도국 특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뿜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식견으로 핵심을 짚어주는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 출처 : SBS, 2009-04-02 09:31 이은종 기자 free1@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