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zzWeb/BUZZ

하이쿠(俳句), 일본의 짧은 정형시

BUZZWeb 2009. 3. 3. 17:34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 (2009년 03월)

 

# 하이쿠(俳句)란

 

하이쿠(俳句)는 5,7,5의 음수율을 지닌 17자로 된 일본의 짧은 정형시를 일컫는 말이다. 하이쿠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보기 드문 짧은 시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대중시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다.

 

전통적인 하이쿠는 계절을 상징하는 계어(季語)가 필히 있어야 하며 짧은 시의 형태인 만큼 한꺼번에 읽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레지(切字)라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계어는 계절을 상징하는 시어를 가리키는 말로, 특정한 계절을 환기시키면서 오랜 일본시가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미의식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4계절이 확실하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이 특징을 정형시의 필수요건으로 삼았다는 점을 통하여 일본인에게 있어 4계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계절을 상징하는 계어는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며, 새로운 상징어를 작품에 적용하기 위해 해마다 새로운 세시기(歲時記)가 출판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시기하면 연말연시의 연중행사를 지칭하는 말로 이해하기 쉬우나 일본의 세시기는 동식물, 기후, 풍토, 연중생사 등의 계절을 상징하는 모든 언어를 망라한 것을 일컫는 말로, 하이쿠 창작의 기본 교과서가 되기도 한다.

 

기레지(切字)는 5, 7, 5 음율의 어느 한 단락에서 끊어줌으로써 강한 영탄이나 여운을 줄 때 사용하는 표현을 지칭한다. 예컨대 『∼や(∼이여)』『∼かな(∼로다)』『∼けり(∼구나)』와 같은 것이다. 기레지는 짧은 시의 폐단이라 할 수 있는 단순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짧은 시의 어느 한 부분을 끊어줌으로써 그 다음 부분과의 산순 연결을 피하고 중층적인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와서는 계어(季語)와 기레지라는 제약이 서서히 사라지게 되면서 하이쿠가 일반대중들 속에 깊이 침투하게 된다. 짧은 시의 형태이기 때문에 나타내고 싶은 것을 산문처럼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없지만, 시로 나타내지 못한 여백을 작자나 독자들 나름대로 메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하이쿠는 함축적인 표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일본인에게는 생활 수단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 하이쿠(俳句) 만들기

 

오늘날 하이쿠(俳句, haiku, ハイク / 漢俳 / 韓俳, K-Haiku 등)는 일본이 국제화/세계화시킨 일본문화/문학 약 900여개 중의 하나로 일본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애호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하이쿠의 정의로는, 「17음절의 짧은 시로서, 5-7-5음절로 구성되어 있다」

 

하이쿠에는 2가지 중요한 규정(약속)이 있다.

첫번째 하이쿠에는 반드시 계절을 나타내는 말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며, 두번째 하이쿠에 사용되는 음수(音數)가 17음으로 5음 7음 5음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

 

 

# 小林一茶(1763-1827)の名句 

 

名月を
とってくれろと
泣く子かな
(めいげつをとってくれろとなくこかな)

 

보름달을

따 달라고

울어제끼는 아이여

 

季語:名月-秋

鑑賞: 그의 나이 57세(1819) 때 작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여운 자식이 느닷없이 추석 보름달을 따 달라고 운다. 잇사는 2살 때 생모를 여의고, 8살 때 맞이한 계모와의 불화, 이복 형제와의 유산 싸움 등으로 평생을 불우하게 보냈다. 52살의 나이에 결혼, 3남1녀를 두었으나, 만년에 처와 아이를 잃고, 재혼에도 실패하는 등 가정적으로는 만년까지 불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やれ打つな

蠅が手を摺り

足をする

(やれうつなはえがてをすりあしをする)
  
야아 치지 마라

파리가 손을 빌고

다리를 빈다

 

 

季語:-夏

鑑賞:파리를 사람에 의인화 하여, 파리가 앞발과 뒷발을 비비는 습성을 ‘목숨을 구걸하는’ 동작으로 보았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곤충이나 뱀, 이(벼룩)과 같은 작은 동물들이 잇사의 하이쿠에는 무한한 동정심을 갖고 등장한다.

 


 

我と

遊べや

親のない雀

(われときてあそべやおやのないすずめ)
  
이리로 와서

나하고 놀자

부모 없는 참새야

 

 

季語:雀の子-春

鑑賞:그의 나이 52세(1814) 때, 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まけるな一茶

是にあり

(やせがえるまけるないっさこれにあり)
  
여윈 개구리야

지지 말아라, 잇사가

여기에 있다
 
 
季語:蛙-春

鑑賞:봄날 짝짓기에 나선 개구리 수컷들이 암컷을 둘러싸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아무래도 힘이 부치는, 여윈 수컷을 안타까운 눈길로 응원하는 잇사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めでたさも

中くらいなり

おらが春

(めでたさもなかくらいなりおらがはる)
  
경사스러운 새해……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로다

이내 신세여
 
 
季語:おらが春 (나의 새해)

鑑賞:잇사의 대표적 시집 『おらが春』 (1819) 권두를 장식한 구이다. 이 하이쿠를 읊기 바로 전해인 1818년, 그이 나이 56세에 장녀가 태어나 잇사의 고독한 인생에서도 가족 단란한 정월을 보냈다. 『おらが春』는 1819년, 그의 나이 57세 때의 정월 초부터 연말까지의, 견문, 감상, 장녀의 죽음을 중심으로 엮은 것이다. 올해 겨우 첫 아이가 생겼다. 새해를 맞아 서로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사람들, 이제 겨우 인생의 행복을 느끼는데, 힘든 생활을 생각하면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올 새해는 중간은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