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의 그림으로 배우는 자기계발 전략]반 고흐 ‘정오-낮잠’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결했을까? 우리는 간혹 어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삶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인물이 되려면 먼저 인물을 만나야 한다. 자기가 목표로 하는 분야의 역할모델이 있으면, 삶의 까칠한 국면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역할모델’이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상적인 인물을 말한다. 빌 게이츠, 이건희, 워렌 버핏, 피카소 등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역할모델을 세울 수 있다. 무작정 길을 가는 것보다 역할모델을 정해서 가면 용기도 얻고, 어느 순간 그보다 월등히 성장한 자신을 볼 수도 있다.
37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에게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는 숭고한 역할모델이었다. ‘만종’과 ‘이삭줍기’로 유명한 밀레는 35세에 파리 근교의 바르비종으로 이사하여, 농촌풍경과 농부의 모습을 그리면서 농민화가로 명성을 얻은 바르비종파의 대표적인 화가다. 빈센트는 생전에 밀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그림을 시작했을 때 이미 죽은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았다. 빈센트는 밀레의 그림을 모사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의 삶까지 철저하게 닮고자 했다.
■밀레의 그림과 삶을 모방하다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다른 화가의 작품을 모방하면서 예술의 기본을 터득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창조한다. 빈센트는 밀레를 모방하여 자연과 농민을 열심히 그렸다. 그런데 밀레의 그림을 따라 그리긴 했지만 원화를 직접 보고 그린 것은 아니다. 밀레의 그림을 토대로 제작된 동판화나 사진 등을 보고 그렸다. 모두 흑백이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색깔을 칠했다. 이 과정을 그는 ‘번역’이라고 불렀다. 밀레 그림의 형태를 바꾸기도 하고, 색깔을 입히기도 했다. 이런 번역은 모방을 넘어선 재창조였다. 빈센트 특유의 거친 붓질과 색깔에 의해 그림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띠었다. 밀레의 그림보다 느낌이 더 강했다.
빈센트는 죽기 1년 전, 생레미 요양원에서 무려 20점의 밀레 작품을 집중적으로 모사한다. 그때 그도 명색이 화가의 신분이었다. 그런데도 초보자처럼 모사를 계속했다. 왜 그랬을까. 밀레처럼 농민화가로 살고자 했던 그였다. 그런데 요양원에 갇힌 상태에서 농민화를 실습하는 길은 오로지 밀레의 그림을 모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단순한 모사가 아니었다. “밀레의 소묘에 근거하여 유화를 그리는 것은 단순히 모사를 한다기보다 도리어 ‘다른 언어로 번역한다’는 느낌”(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이 강했다. 연주자가 베토벤의 곡을 연주할 때 자기 특유의 해석을 가미하듯이, 빈센트도 자기 스타일로 그렸다.
빈센트는 밀레의 그림만 모방하지 않았다. 밀레의 그림은 언제나 모방과 창조의 대상이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밀레에게서 예술가로서의 삶을 배운다. 흥미롭게도 존경하는 스승의 삶과 예술을 모방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삶과 예술까지 배운 것이다. 빈센트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밀레의 그림과 삶을 모방하다가 결국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창조해내기에 이른다. 비록 모방 대상자와 모방하는 자의 관계였지만 그들의 그림은 대조적일 정도로 개성이 뚜렷했다. 하지만 삶과 예술적 지향점만큼은 일치했다.
■창조적인 모방으로 거장이 되다
빈센트가 1889년에 그린 ‘정오―낮잠’은 농민 부부가 힘겹게 보리를 벤 뒤 보리더미 그늘에서 낮잠 자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오른쪽 보리더미 아래 부부가 누워 있고, 그 옆에 낫 두 개와 신발 두 짝, 그리고 멀리 소 두 마리가 한가롭게 서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그림은 1866년 밀레가 파스텔로 그린 원화와 형태가 정반대로 되어 있다. 왜 그럴까. 원화를 보고 그린 그림이 아닌 까닭이다. 빈센트는 이 그림을 1873년 한 미술잡지에 실린 목판화를 보고 그렸다. 그 목판화는 라비에유가 1866년 밀레의 그림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 목판화의 방향과 빈센트 그림의 방향이 같다.
빈센트는 흑백의 목판화를 보고 그린 뒤, 상상하여 색칠을 했다. 그래서 원화의 색채와 차이가 난다. 대표적인 것이 원화에는 없는 파란색 하늘이다. 비록 질감이 부드러운 밀레의 작품을 모사했지만 이 그림은 거친 붓질과 강렬한 색칠 같은 빈센트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창조적인 모방의 결과다.
■역할모델이 만든 위대한 화가
밀레는 빈센트가 평생 흠모한 역할모델이었다. 밀레의 그림을 따라 그리고, 그의 삶을 닮고자 탄광촌 생활까지 하면서, 밀레를 뛰어넘는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 그는 이미 고인이 된 밀레에게 의지하며, 작품과 삶을 벤치마킹하는데 성공했다. 역할모델이란 그 사람의 외형보다 그가 가진 정신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 정신의 지향점이 한 인간의 삶을 곧추세우고, 그를 다른 누군가의 역할모델로 키운다. 빈센트는 사후에 후세 화가들의 대표적인 역할모델이 되었다.
■‘키포인트’
눈길을 걸어갈 때 앞쪽에 전봇대나 가로등 같은 목표물을 정해두면 똑바로 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걸음걸이는 엉망이 되기 싶다. 전봇대나 가로등처럼 든든한 삶의 역할모델을 정하자. 이상적인 역할모델의 삶과 지혜를 참고하며 지금보다 나은 자신을 가꿔가자. 조연이었던 인생이 서서히 주연으로 바뀔 것이다.
* 출처 : 파이낸셜뉴스 2006-07-1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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