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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슬픈 영혼을 가진 자

BUZZWeb 2008. 12. 24. 13:47

주성치 - 슬픈 영혼을 가진 자

 

이 세상은 배우 주성치를 좋아하는 자와 좋아하지 않는 자로 나뉜다.

그는 80년, 90년대 초반 홍콩영화의 전성기 무렵에 B급 영화의 주인공 이었다. 영화관에 걸리기 보다 비디오 가게 한 구석에서 에로물과 함께 쓸려가던 심심풀이 오징어나 땅콩이었다.

 

주성치를 좋아한다고 얘기하면 뭐 그런 시덥잖은 영화를 보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어쩌다가 그를 좋아하는 이를 만나면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하였다. 어쩜 우린 오덕후(매니아)일지도 몰라!

 

홍콩 반환에 즈음하여 대부분의 홍콩 배우들이 헐리우드를 떠나게 되면서 홍콩 영화는 점점 쇠퇴기에 접어들 때 독야청청 자신의 길을 걸은 배우가 주성치 이기도 하다. 소림축구, 쿵푸허슬은 나름 성룡을 뒤이어 이소룡의 후예인 마냥 개봉관에 걸려주시는 폼새를 가져주고 있다. 조만간에 드래곤볼이라는 만화계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을 영화화 한다는 기사까지 등장하였다. 그의 영화가 함 묵어주는 시대가 열린 것일까?

 

그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급부상한 것은 서유기, 식신, 소림축구, 쿵푸허슬인 것 같다. 이 중 서유기(월광보합, 선리기연)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영화는 도신을 패러디 한 도성이라는 영화였다. 그 당시 주윤발, 유덕화를 필두로 한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제법 인기가 좋았다.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그의 영화는 비록 허무맹랑하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도성, 도협1, 도협2, 도학위룡 시리즈는 주성치라는 배우의 매력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최근 작품을 보면 그에게서 슬픈 영혼을 느낀다. 초창기에도 그러했지만 다소 우울하고 구박받는 주인공이었던 탓인지 영화의 대미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다른 배우에서는 찾기 힘든 감성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