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잘 잊어버리는 사람이 기억력도 좋다?
어제 먹은 저녁 메뉴가 기억이 안 나는 당신, 혹시 기억장애?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 뇌 훈련 등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기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잊어버리는 능력, '망각' 이다. 지금까지 기억력은 뒤에 ‘력’이 붙어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했지만, 망각은 부정적인 증세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망각은 결코 병이 아니다. 오히려 기억과 함께하는 동반자다. 종종 잘 잊어버리는 습관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주의력의 문제다. 예를 들면, 비행기에서 승무원의 비상사태 대처요령 안내는 누구나 쉽게 흘려듣는다. 그러나 당장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면 승무원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할 것이다. 결국 망각은 병이 아니라, 각 개인이 기억해야 될 것에 ‘성의’가 없을 때 발생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강동화 교수는 “사람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때 장기증강 과정을 거친다”며, “즉 한 뉴런이 자극을 받으면 이웃 뉴런도 영향을 받으면서, 이때 ‘세포접착제’가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을 단단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기억이 오랫동안 남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기증강은 뉴런과 뉴런 사이의 강도를 증가시키기만 한다. 이 강도를 줄이지 못하면 우리는 기억할 게 너무 많아 결국 새로운 기억을 저장할 수 없다. 즉, 장기증강을 견제할 ‘장기억제’가 필요한 것이다. 장기억제를 통해 사람들은 오래된 기억을 제거하여 빈 공간을 확보한다. 기존에 저장된 기억을 선택적으로 삭제해 다른 기억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컴퓨터 용량처럼, 고용량을 차지하는 파일을 삭제해야 다른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는 것과 같다.
강 교수는 “잔도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것처럼 뇌도 마찬가지다”며 “건망증은 오히려 ‘건강한 망각’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망각은 기억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이미진 헬스조선 인턴기자
* 출처 : 조선일보, 2011.10.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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