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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산중에 '철통보안' 비밀 벙커가...

BUZZWeb 2010. 7. 20. 14:07

알프스 산중에 '철통보안' 비밀 벙커가...

채민기 기자 chaepline@chosun.com 

 

 


▲ 알프스 산의 군사시설이었던 포트 녹스.

지금은 중요한 디지털 자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스위스 중부 베르네제오버란트의 휴양지 사넨(Saanen)과 츠바이짐멘(Zweisimmen)은 알프스 산중의 휴양지다. 그러나 이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경비원들이 철통같이 지키는 비밀 창고도 있다. 경보 장치가 설치된 검문소들이 여러 개 있고, 창고의 출입문에는 방폭·방탄 성능도 갖춰져 있어서 테러부터 자연재해까지 모든 위험을 막아낼 수 있다.

 

알프스 산중의 옛 군사용 벙커 2곳이 전세계 고객들의 귀중품을 보관하는 지하금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스위스국제방송 인터넷판이 소개했다. 이 금고는 미국 금괴 보관소(USBP)가 자리잡은 켄터키주의 군사기지 이름을 따 ‘포트 녹스(Fort Knox)’로 불린다. 하지만 진짜 포트 녹스가 금괴를 보관하는 것과는 달리 이곳 알프스의 포트 녹스에는 금이나 보석보다는 디지털로 저장된 중요 자료가 주로 보관돼 있다.

 

포트 녹스로 향하는 산비탈 길에는 오래돼서 낡은 출입문이 서 있다. 허름한 문을 보고 그 너머에 복잡한 보안장치를 갖춘 포트 녹스가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시설은 화재와 홍수, 지진, 정전 등 ‘기본적인’ 사고는 물론, 핵무기 공격과 화학전·생물학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보안을 전문으로 하는 SIAG의 CEO 크리스토프 오스발트(Oschwald)는 “스위스 포트 녹스는 위험도가 제로(0)인 시설”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의 국적은 30개가 넘는다. 일부는 포트 녹스가 자체 보유한 항공기 착륙장과 세관을 통해 드나들지만 인터넷을 통해 거래하는 고객들도 있다. 오츠발트 CEO는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누구나 사진, 계약서, 스캔한 문서 등의 ‘디지털 귀중품’을 갖고 있다”며 “나도 10 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고를 이용하는 고객 중에는 한 달에 9스위스프랑(약 1만원)을 내고 노트북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저장하는 싱가포르 대학생도 있다.

 

해킹 방지를 위해 위해 시스템에 축적되는 모든 자료는 448 비트짜리 암호의 보호를 받는다. 인터넷 뱅킹에 주로 사용하는 128비트짜리 암호키보다 훨씬 복잡하다. 로그인 정보와 패스워드가 전혀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오츠발트는 “보관하는 물건이 금괴가 아니라 기술적인 저장장치이므로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것이 스위스 포트 녹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유럽 연구자들이 책 약 24톤 분량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아둔 타임캡슐도 이곳에 보관됐다. 이 타임캡슐은 후손들도 지금까지 축적된 정보와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으로, 4년에 걸쳐 1500만유로가 투입됐다.

 

스위스 포트 녹스에 보관된 물건은 대부분 디지털 자료지만 전통적인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에도 이곳은 안성맞춤이다. 부유층들이 안전자산인 금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의 스테파니 매크렐 대변인은 “금은 금융시장의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하고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단순성과 투명성,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자산”이라며 “은행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금 자산을 은밀하게 보관하는 것이 완벽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츠발트는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스위스의 특기”라며 “스위스는 가톨릭 교황을 500년 동안이나 보호해왔고, 스위스 은행의 철통 보안도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다”고 말했다.

 

* 출처 : 조선일보, 2010.06.29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