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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의원은… 18대 64명 리더십 분석

BUZZWeb 2009. 5. 15. 12:26

“의원들, 누굴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첫 분석”

 

조사 맡은 황상민 교수 기고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국민은 자신이 선택한 대표자를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철마다 화려한 경력에다 훌륭한 공약과 함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하겠다고 외치지만 막상 당선 이후엔 다르다. 누구 파, 누구 계열이라고 구분 짓고 의도적으로 ‘사보타주’를 하는 것도 예사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국가운영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당선 뒤에는 누가 봐도 낯선 모습으로 변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국회의원의 정치 리더십 스타일을 분석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대표’라고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렇게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이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나. 혹시 공천권을 쥔 사람이나 정치 생명을 함께 하는 계파 수장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닌가. 국회의원을 한 회사에서 일하는 임원이라고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봤다. 회사에서 직원의 운명을 쥐고 있는 사람이 회장이나 사장이라면 국회의원은 이들의 모습과 닮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하는 행동의 기제가 무엇인지 연구한 것은 처음이다. 회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서도 고객을 위해 일한다고 한다. 국회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주식회사 국회’는 그들의 운명을 쥐고 있는 당 지도부나 당내 숨은 권력자의 임무에 따라 총무형과 영업형 기획형 홍보형 등의 임원으로 움직였다. 의원들의 정치 리더십 스타일을 살펴보니 이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해석할 수 있었다.

 

정당이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정치다. 국민은 자신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게 치열하게 싸우라고 요구해야 한다. 대신 국민은 그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또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지켜보면 된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치 리더십 스타일을 아는 것은 그들이 싸우는 목적과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회의원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있다. 자신과 가장 잘 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 원하는 정치 진로에 한 발 가까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출처 : 동아일보, 2009-05-1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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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의원은… 18대 64명 리더십 분석

 

黨이란 주식회사의 4년 계약직 샐러리맨

동아일보-연세대 황상민 교수 조사

‘맡은 일 묵묵히’ 총무형 43.8%

영업형 23.4%… 홍보형 12.5%

 

‘주식회사 국회의 4년 계약직 임원.’

 

동아일보가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와 함께 18대 국회의원의 정치 리더십 스타일을 조사,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들은 대주주와 사장(계파 수장이나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의 의중을 헤아려 일을 하고 고객(국민)의 반응도 살펴야 하는 기업의 임원과 비슷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는 18대 국회에서 주요 직책과 당직을 맡은 의원 101명을 대상으로 4월 16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됐다. 이 가운데 64명이 조사에 응했다. 황 교수는 의원들을 당과 국회라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보고 이들의 정치 리더십을 △총무임원형 △영업임원형 △홍보임원형 △기획실장형 △대주주형 △괴짜형으로 구분했다.

 

이 중 가장 흔한 스타일은 ‘총무형’으로 나타났다. 64명의 의원 중 43.8%인 28명이 ‘총무형’에 해당됐다. 총무형 정치인은 충직한 참모 스타일로 상사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반면 처신에 능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이어 어떻게든 업적을 만들어 내려는 ‘영업형’이 23.4%인 15명이었다. 영업형 정치인은 성과를 위해 큰 목소리를 내거나 과감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타입이다. 국회 운영전략을 진두지휘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영업형이고 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는 총무형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능숙한 ‘홍보형’은 12.5%인 8명이었다. 이어 현실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기획형’(10.9%·7명), 지지세력을 모으려 하고 고집이 있는 ‘주주형’(9.4%·6명) 등의 순이었다.

 

주어진 임무가 ‘제1의 가치’인 총무형과 영업형 정치인이 많을 경우 여야 간 대화나 타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황 교수는 진단했다. ‘속전속결’ 처리가 임무인 여당 의원이나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 간에는 조정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국회의원의 정치 리더십 스타일 진단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그동안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국회의 현상과 국회의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출처 : 동아일보, 2009-05-1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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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대표” 외치다 ‘입사’하고나면 오너 눈치보기

 
■ 왜 ‘총무형’ 의원이 많을까

각자 상황따라 충성대상 달라져

MB 같은 ‘영업형’ 박근혜 같은 ‘주주형’

총무형에 비해 비중 적어

 

《3명 가운데 1명꼴인 109명(18대 국회의원 당선자 기준)이 서울대를 졸업했다. 법조인, 교수, 기업인, 관료 출신은 55명으로 5명 가운데 1명꼴이다. 18대 국회의원 각각의 면면을 보면 어느 조직보다 구성원의 ‘스펙(Spec·학력 등 외형적 조건)’이 쟁쟁하다. 그래서 국민은 더욱 의아해한다. 막말과 거센 몸싸움이 오간 ‘해머 국회’, 회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몰아치는 ‘자정 국회’…. 여의도로 보낸 ‘우리의 대표’들이 빚어내는 국회의 모습은 씁쓸한 촌극(寸劇)에 가깝다. 동아일보는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와 공동으로 조직원의 관점에서 국회의원을 바라봤다. 설문 분석 결과 국회의원은 대주주와 사장(계파 수장이나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이 있는 ‘주식회사 국회’에 다니면서 4년에 한 번씩 근무 평가를 받는 계약직 임원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고객(국민)에게 봉사하기에 앞서 자기 앞가림부터 해야 하는 또 다른 샐러리맨의 모습이었다.》

 

18대 국회의 주류는 ‘총무형’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은 조직을 이끄는 보스형이라기보다는 계파 수장의 뜻이나 조직의 논리를 잘 따르는 충실한 참모이자 행동대원의 색채가 강하다.

 

○ 대주주 속 뜻도 헤아리고, 고객 반응도 살펴야

 

총무형 정치인이 많다는 것은 눈치 보는 정치인이 많다는 뜻이다. 그 대상은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나 계파 수장일 수도 있고 지역구 주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를 치르고 난 후 정치 환경이 변하면서 충성의 대상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 ‘1인 헌법기관’이 아니라 조직의 일원으로 접근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국회의원의 행태가 대주주와 사장의 속뜻을 헤아려 일을 하고 고객의 반응도 살펴야 하는 기업 임원을 빼닮았다는 얘기다. 황 교수가 분석한 6가지 정치 리더십 스타일 유형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영업형에 속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괴짜형이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주주형,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홍보형으로 분류됐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는 기획형, 고건 전 국무총리는 총무형으로 분류된다.

 

○ 총무형은 고흥길, 영업형은 차명진 의원

 

18대 의원 중 대표적인 총무형은 미디어법을 상임위원회에 전격 상정한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다. 그는 총무형 성향이 50점 만점에 43.6점으로 응답한 의원 가운데 가장 높았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 총무형의 전형인 셈이다. 영업형의 대표 인물은 이 유형에서 50점 만점에 44.2점을 받은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다. 그는 대변인 시절의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 ‘수도권 규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주주형의 대표 인물은 자유선진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류근찬 의원(50점 만점에 36.3점)이다. 기획형의 대표 인물은 조진형 행정안전위원장(50점 만점에 33.5점)이고 홍보형의 대표 인물은 민주당 우윤근 의원(50점 만점에 37.5점)이다.

 

○ 여야, ‘임무’만 다를 뿐 차별화된 리더십 없어

 

여야의 정치 리더십은 뚜렷이 구분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민주당보다 총무형(14명>11명)이나 기획형(4명>2명)이,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영업형(8명>6명)과 홍보형(5명>3명)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양당 모두 총무형과 영업형이 대세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이는 정치 상황에 따른 여야의 임무가 다를 뿐 정치 행태나 조직운영 방식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10년 만에 여야가 바뀌어 서로 잘 이해할 것이라는 18대 국회 초의 기대가 물거품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각 정당이 차별화된 정치 리더십 스타일을 보이지 못하면 정치문화나 정치행태 측면에서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황 교수는 “국회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여야가 똑같다’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게 이 같은 사실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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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출처 : 동아일보, 2009-05-1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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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사했나

 

원내지도부-상임위 간사 등

3회 설문후 6개 유형 나눠

 

조사는 18대 국회의원 중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 각 정당의 원내지도부 등 주요 자리를 맡고 있는 여야 의원 101명 가운데 설문에 응한 64명을 대상으로 했다. 참여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이 29명 △민주당 28명 △자유선진당 4명 △창조한국당 2명 △민주노동당 1명이었다. 설문은 의원들이 31개 문항을 읽고 자신의 리더십 행동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15문항에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일단 자신의 리더십과 가장 가깝다고 여기는 문항을 3개 선택하도록 하고 그 다음에 5개, 이어 7개를 순차적으로 체크하도록 해 선택 문항별로 가중치를 달리 매겨 평가했다. 설문조사 문항은 연세대 황상민 교수팀이 수년간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황 교수팀은 이 문항들을 △홍보형 △총무형 △주주형 △기획형 △영업형 △괴짜형 등 6개 유형으로 나눴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출처 : 동아일보, 2009-05-1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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