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zzWeb/인생경영

나의 속마음, 나도 궁금해

BUZZWeb 2009. 1. 12. 11:59

나의 속마음, 나도 궁금해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유진:“붕어빵 먹을 때 어디부터 먹어?”

승찬:“머리.”

유진:“어머, 넌 낙천적인 타입이구나. 사소한 것에 신경을 안쓰겠네. 그럼 혈액형은?”

승찬 :“A형.”

유진 :“어, 이상하다. A형은 소심한데…”

붕어빵은 머리부터 먹지만 혈액형은 A형인 당신. 당신의 성격은 어떤 쪽이 진짜일까? 두 번의 테스트로도 아직 ‘자아파악’이 덜 됐다면 이번엔 원소점을 쳐보자. 생일로 알아본 당신의 원소는 ‘잇테르비움(Ytterbium)’. 성격진단을 보니 어느 때는 적극적이고 어느 때는 안정적이란다. 이런이런.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야. 더 헷갈린다.

 

 

원소점의 여러 캐릭터들. 

 


#구체적 항목늘고 진단서 처방까지
 

‘테스트 천국’이다. 간단한 심리테스트만 하면 수많은 항목으로 나를 알아볼 수 있다. 혈액형이나 별자리로 심리를 알아보거나 특정상황을 주고 어떤 선택을하는지에 따라 심리를 분석해 주던 심리테스트는 고전이다.

 

요즘은 소재가 보다 다양해졌다. 어떤 초밥을 좋아하는지, 비상금은 어디에 숨기는지, 라면을 먹을 때 면부터 먹는지 국물부터 먹는지 등으로도 나의 심리를 분석해준다. 자신의 성향을 동물로 표현해 주는 동물점, 자신에게 맞는 원소기호를 찾아내 분석해주는 원소점, 이름과 생일로 특성을 분석해주는 알파벳점,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한 성격 테스트까지 등장했다. 다양해진 사람들의 활동만큼 사람들의 심리나 성격을 분석해 줄 수 있는 ‘거리’도 많아졌다.

 

형식도 인터넷 세대에 맞게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이메일용 카드 등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에 ‘심리테스트’를 검색하면 수백개의 다양한 테스트들이 나온다. 요즘 ‘뜬다’는 심리테스트는 부지런한 블로거들에 의해 “이거 해봤어?”라는 제목과 함께 금세 퍼진다.

 

검사 결과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 심리테스트가 ‘당신은 진취적이다’ ‘ 당신은 내성적이다’ 등 형용사 한 두 단어로 간단하게 분석했다면 요즘은 한발 더 나아가 ‘진단과 처방’까지 내려준다. “당신은 모험심이 강한 낭만고양이형’이라며 이에 맞는 드레스코드와 성공 확률이 높은 프로포즈 방법, 상사에게 점수 따는 법과 피로할 때 알맞은 운동법, 가면 좋아할 만한 여행지까지 추천해주는 식이다.

 

소재만큼 내용도 다양해졌다. ‘성격’이나 ‘특성’이라는 애매한 분석보다는 ‘연애성공지수’ ‘직장생활에서의 성공 가능성’ ‘사교성 지수’ ‘이기적인 정도나 사악함의 정도’ 등등 보다 구체적인 항목이 많아졌다.

 

꾸준히 새로운 심리테스트가 등장할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있지만 심리테스트 결과를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결과를 보고 “이 심리테스트는 좀 맞네” “이 심리테스는 꽝이다”라는 식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더 많다. 모든 게 심심풀이인 셈이다. 이쯤되면 출제자와 수험자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셈이다. 결과도 별로 믿지 않으면서 왜 새로운 테스트는 계속만들어지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테스트기로 자신을 시험해 보는 것일까?

 

#맹신하지 말고 그냥 재미로 즐겨라

 

중·고등학교 때부터 심리테스트를 많이 해 봤다는 회사원 박주영씨(27·여)는 “심리테스트는 그냥 재미”라고 잘라 말했다. “진로적성 검사 결과도 잘 안믿는데 간단한 심리테스트를 누가 얼마나 믿겠냐”며 “다만, 자기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있으니까 재미삼아 계속 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종종 심리테스트를 해 본다는 이영수씨(28)는 “심리테스트의 재미는 꼭 심리를 알고싶어서라기보다 친구들이나 연인들끼리 너는 어때, 나는 이렇게 나왔다고 하며 즐길 수 있는 ‘얘깃거리’가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동료들끼리 재미로 심리테스트를 한다는 장민아씨(26·여)는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테스트 한 사람들이 죄다 좋은 결과가 나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심리테스트는 짧게는 몇초에서 길어도 3분이면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름이나 생년월일을 입력하거나 몇가지 질문에 답하면 된다. 소재나 내용은 다양해졌지만 참여하는 과정은 오히려 더 단순해졌다. 결과도 애매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우울증 테스트, 비만테스트, 당뇨테스트, 전생테스트 등 비교적 전문적인 영역까지 간단한 인터넷용 테스트로 등장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은정 교수는 사람들이 결과를 믿지 않으면서도 계속 심리테스트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자신의 능력이나 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심리테스트는 그저 재미일 뿐 전혀 심리검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진짜 심리테스트는…

 

진짜 심리테스트는 학계에서 ‘심리검사’로 분류돼 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전문적인 심리테스트는 지능이나 적성 등을 알아보는 ‘능력평가용 테스트’와 개인적인 특성이나 성격을 알아보는 ‘심리분석용 테스트’로 나뉜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위해 하는 진로적성검사나 기업에서 채용시 실시하는직무적성검사가 첫번째에 해당된다. 심리분석용 테스트는 우울증이나 사회부적응 등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범죄 수사를 할 때 이용된다. 심리 검사를 통해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점, 원인 등을 파악하고 범죄의 재발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여러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직무적성검사는 많은 수의 지원자 중 해당 업무에 맞는 적임자를 가려내는 데 큰 효과를 준다. 직무능력평가 외에 실시되는 심리테스트에서는 따로 정답이 있지 않고 얼마나 일관되고 솔직하게 대답했는지까지 평가한다. 최근 기업체 공채에 응시해 합격한 최형남씨(26)는 적성검사에 대해 “나와 가장 잘맞는 것과 잘 맞지 않는 항목 두 개씩을 고르도록 되어 있었다”며 “비슷한 질문들이 뒤에 또 나오기 때문에 더 유리해 보이는 답변이 있어도 거짓으로 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기업에서 하는 적성평가마저 ‘공부’하기 위해 적성평가 문제를 분석하고 스터디 모임을 갖기도 한다.

 

환자 치료나 범죄 수사에 있어서도 범죄심리분석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MMPI(미네소타 다면성 인성검사)’를 가장 믿을 만한 심리테스트로 꼽는다. MMPI는 원래 사회 부적응 현상이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검사로 현재는 일반적인 성격, 특성 평가 자료로도 이용된다. 청소년들을 위한 ‘MMPI-A’도 있다.

 

심리테스트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같은 검사를 2주 후에 다시 했을 경우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믿을 만한 것으로 인정한다.

 

검사 내용도 해당 항목에 대한 것을 일관되게 묻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 출처 : 경향신문, 200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