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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방송기자 104명 혈액형 조사했더니...어쩐지

BUZZWeb 2012. 2. 25. 01:15

방송기자 104명 혈액형 조사했더니...어쩐지

적어도...SBS 기자는 B형 유리? 여기자 20명 중 무려 17명이 B형

오기현(ohmypd)

 

아래 기사는 오기현 SBS 피디가 <오마이스타>에 시민기자로서 송고한 글입니다. 오기현 시민기자는 2006년 <SBS 스페셜> '혈액형의 진실'을 연출한 바 있으며, 취재 내용을 기반으로 <혈액형과 성격>을 집필하는 등 혈액형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피디입니다.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미디어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A형, 성실하고 신중. 규율을 잘 지키지만 소심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B형, 호기심 많고 창조적. 자유분방하고 적극적인 행동파. 언변 좋아 사람을 잘 사귄다. O형, 대범하고 리더십이 강함. 지기 싫어하고 결단력이 있지만 완고함. AB형, 치밀한 성격의 합리주의자이자 냉정한 개인주의자. 예술가적 기질이 있고 천재 아니면 바보.

 

네 가지 혈액형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이다.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혈액형과 직업'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혈액형이 사람의 '기질'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특정직업에 대한 호불호나 적성에 혈액형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혈액형 성격론의 대가인 일본인 노미 마사히코의 주장이다.

 

노미의 이론을 인정한다면, 과연 어느 혈액형이 방송기자라는 직업에 적합할까? 기자의 기본소양이 '비판의식', '적극성', '합리성', '분석능력' 등이라면 '소심한 A형', '완고한 O형'은 일단 제외해야 한다. '적극적이고 언변이 좋은 B형'과 '치밀하고 합리적인 판단의 소유자인 AB형'이 적합해 보이지만, '방송' 기자라는 특성상 아무래도 행동파이자 말을 잘하는 B형이 적성에 맞을 것 같다.

 

▲ 배우 박예진이 방송기자로 분한 영화 <헤드>의 한 장면

ⓒ 이든픽쳐스

 

 

SBS 기자 104명 혈액형 알아 봤더니...B형이 '으뜸'

 

현재 일선에서 직접 뛰고 있는 SBS 기자는 약 200여 명. 혈액형을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내자 절반 정도인 104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특이한 점은 'B형 비율이 높을 것이다'고 예상하는 기자들이 많았고, 여성기자들의 답변이 남성기자들보다 빠른 것으로 보아 여성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결과는 어떨까? 나름대로 의미 있는 통계가 나왔다. A형이 39명, B형 36명, O형 18명, AB형 11명으로 나타났다. 즉 A형이 가장 많고 AB형이 가장 적다. 하지만 이런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으며,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평균수치와 비교해봐야 그 특징이 명확히 나타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혈액형 평균비율은 A형 34.2%, B형 27%, O형 27.3%, AB형 11.5%이다(헌혈자 256만 명 조사. 2009년 대한적십자사) 

 

# SBS 기자들의 혈액형분포(%)                                                        

                                     A형            B형           O형           AB형
우리나라 평균 혈액형분포           34.2                27                27.3              11.5
SBS 기자들의 혈액형분포           37.5(+3.3P)      34.6(+7.6P)   17.3(-10P)      10.5(-1P)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의 혈액형 평균비율에 비해서 A형은 3.3%포인트, B형은 7.6%포인트 많고 O형은 10%포인트, AB형은 1%포인트 적다. 특히 B형의 비율이 높고 O형의 비율이 낮다. 엇비슷하게 나타나야할 B형과 O형의 비율이 SBS 기자들에서는 무려 2배의 차이가 난다.

 

비록 숫자는 적지만 여성기자의 혈액형 비율도 특이하다. SBS의 여성기자는 전체 기자의 10% 정도인 20명 내외인데 이번 설문에 17명이 응답했다. 그 중 B형이 무려 13명이나 된다. 그런데 O형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통계결과대로라면 SBS기자 전체든 여성기자만이든 B형이 월등히 많고 O형은 월등히 적다. 즉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인 성격에다가 언변이 좋은' B형이 기자라는 직업에 딱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 부인하는 입장이지만...

 

자, 그렇다면 이 통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타난 결과대로 혈액형과 직업의 상관관계를 긍정해야 할 것인가? 미리 이야기하지만 필자는 '혈액형과 성격'의 생물학적 상관관계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런 취지로 책도 한 권 썼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제작한 적이 있다. 그렇더라도 눈앞에 나타난 이런 실증적 통계수치를 부인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좀 복잡하지만 혈액형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 혈액형은 원래 수혈부작용방지를 연구하다가 발견되었다. 피를 많이 흘린 환자에게 수혈을 하면, 어떤 환자는 살아나지만 어떤 환자는 피가 엉기는 '용혈현상'이 나타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했다.

 

1900년 오스트리아의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라는 젊은 생리학자가 몇 사람의 피를 뽑아서 서로 섞는 과정에서 'A형', 'B형', '제로형(나중에 O형으로 이름이 바뀜)' 등 3가지 혈액형을 발견했다. 그리고 몇 년 뒤 'AB형'이 발견되었다. 혈액형의 발견은 수혈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그런데 때 마침 유럽에서는 우생학(eugenic)이라는 학문이 유행했다. 우성유전자는 장려하고 열성유전자는 도태시켜 인간을 유전적으로 개량하자는 학문이었다. 이 학문은 서양인은 우수하고 유색인은 열등하다는 인종주의와 결합되었다.

 

▲ SBS스페셜 <혈액형의 진실>(연출 오기현)의 한 장면

ⓒ SBS

 

 

동아시아에서 혈액형 성격론 관심 촉발한 요인은?

 

그런데 서양인의 혈액형을 조사해보니 상대적으로 A형이 많고 B형이 적었다(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백인종은 A형이 40%이상이지만 B형은 10% 미만이다. 반대로 B형은 동양으로 올수록 많아진다) 자연히 A형은 좋은 피, B형은 나쁜 피가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B형 남자'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유럽 백인종 가운데도 B형을 가진 귀족이나 고위 공직자가 있었으므로 이 이론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졌다. 또 백인들은 A형과 O형 두 가지 혈액형이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였으므로 분류 자체가 별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남자의 특성과 여자의 특성'이라는 두 가지 분류에 대해 사람들이 흥미 없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나라별 혈액형 분포(%. 출처: 혈액형과 성격)

                 A형       B형     O형     AB형
한국               34.2         27         27.3     11.5
일본               38           22         30        10
영국               43            8         46          3
스위스            50            7         40          3
남미 잉카인      0             0         100        0

 

그런데 당시에 유럽에 유학을 갔던 일본인 의사 '하라 키마타'가 혈액형 성격론을 배워와 일본에 소개했다. 그는 같은 동양인으로서 B형이 나쁘다고 말 할 수는 없었지만, 혈액형에 따라 인간의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에는 동의했다. 피 혹은 혈통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있는 동양문화권에서 혈액형 연구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피 속에는 인간의 성격이나 운명을 결정하는 심오한 유전인자가 숨어 있을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아시아인들에게는 네 가지 혈액형이 어느 정도 균질하게 분포한 것도 혈액형 성격론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요인이었다(4가지 분류 숫자는 원래 동양인에게 익숙한 숫자이다. 사주팔자, 사상의학, 생노병사의 四苦 등).

 

 

우리나라에 발간된 혈액형 관련 책은 거의...

 

▲ SBS 오기현 PD는 <그것이 알고싶다>와 '혈액형의 진실' '히딩크사단의 비밀' '조용필, 평양에서 부르는 꿈의 아리랑' 등을 연출했다.

ⓒ SBS

 

1930년대 일본의 심리학자인 '후루카와 다케지'는 친척과 지인 309명을 조사해서 혈액형에 따른 성격을 분류했다. 지금 보면 상당히 '허접한' 연구였지만 그의 주장은 일본사회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혈액형을 연구하는 단체가 생기고, 혈액형에 따른 군 수송부대가 만들어졌다. 이력서에 혈액형을 기재하는 관행도 그 때 생겼다.

 

하지만 학자들이 혈액형별 성격분류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후루카와 다케지의 주장은 몇 년 만에 힘을 잃었다.

 

30년 뒤 무덤 속에 있던 혈액형 성격론을 다시 세상에 끄집어 낸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의사도 심리학자도 아닌 동경대 출신의 방송작가 '노미 마사히코'였다. 독자들의 심리를 읽을 줄 아는 뛰어난 작가인 그는 유려한 필치로 '혈액형으로 알아본 궁합'이라는 책을 썼다. 책은 대박이었다. 그는 일반인 3만 명, 전문가 집단 1만 명의 혈액형을 조사해 통계를 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분류방법과 내용은 30년 전 후루카와 다케지와 큰 차이가 없다. '혈액형 인생론', '혈액형 정치학', '혈액형 결혼학' 등 그와 그의 아들이 저술한 책은 100여종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발간 된 혈액형 관련 책은 거의 그들 책의 번역서이거나 아류들이다.

 

 

혈액형 성격론, 불순한 인종주의에서 출발

 

이렇게 장황하게 혈액형의 역사를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믿고 있는 '혈액형 성격론'이 인종주의라는 불순한 발상에서 출발했으며, 이웃나라에 살았던 글 솜씨 좋은 한 사나이의 일방적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혈액형 성격론은 생물학적으로도 당연히 근거가 없다. 혈액형은 적혈구에 붙어있는 당사슬(sugar chain)이라는 일종의 당분성분이 결정한다.

 

한편 사람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뇌이다. 그런데 인간의 뇌에는 '혈액·뇌관문'이라는 것이 있어서 뇌세포 속에는 피가 전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격형성에 혈액형이 관련될 여지가 없다. 아울러 인간의 성격은 매우 다양한 생물학적 요인에 따라 결정이 되는데, 설사 혈액형이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 범위는 매우 제한될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 성격이나 특정직업과 특정혈액형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즉 B형이 SBS기자 되는 데 유리하고 O형이 불리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몇 가지 심리적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혈액형 성격론은 일종의 '자기암시' 효과

 

▲ 오기현 PD는 2006년 연출한 의 내용을 기반으로 <혈액형과 성격>을 집필했다.

ⓒ 다은출판사

 

첫째, 혈액형 성격론이 대세인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혈액형별 성격을 따라간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암시'효과라고 볼 수 있다. 즉 주변 사람들이 모두 'A형은 소심하다'고 말을 하므로 자기도 그냥 소심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B형은 원래 제멋대로 사는 사람이야'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자라다 보니까 '나는 원래 자유로운 영혼, B형이야'라고 믿게 된다.

 

O형이 정치인의 기질에 맞다고 하니까 O형을 가진 사람은 어릴 때부터 정치인의 꿈을 키우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다른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정치인이 되려는 꿈을 아예 포기한다. 이런 자기암시적인 현상을 가리켜 심리학에서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한다. 일본의 오무라 마사오 교수는 'FBI효과'라는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한다.

 

둘째, 일종의 착각 혹은 오인 때문이다. '머피의 법칙'과 비슷한 것인데, 세차하고 나면 꼭 비가 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세차하고 나면 비가 온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세차하고 비가 오는 경우는 확률상 4분의 1에 불과하다.

 

즉 '세차하고 비가 오는 경우', '세차하고 비가 오지 않은 경우', '세차 안 했는데 비가 오는 경우', '세차 안 했는데 비가 안 오는 경우' 등 네 가지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세차하고 나서 비가 온 경우만 기억한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확인편파(confirmation bias)'라고 한다.

 

소심한 사람을 만났는데 A형으로 밝혀질 경우엔 '그래, 저 사람은 A형이어서 원래 소심한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그가 B형이면 예외라고 생각하고 별로 마음에 두지 않게 된다. 또 사교성 있고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아, 저 인간은 전형적인 B형 인간이군!'하고 생각하지만, 그가 O형이나 AB형일 경우 그를 혈액형과 결부시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현상을 '타인암시'라는 말로 다르게 설명할 수도 있다.

 

 

O형은 일찌감치 방송기자 되기를 포기했을까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혈액형 성격론을 충실하게 믿는 나라이다. 그래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혈액형 성격론'의 마법에 걸려버린다. 어지간히 독한 사람 아니고는 그 '고정관념'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특정 혈액형은 특정 성격의 특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B형 남자는 억울하겠지만, 몇 년 전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물어보니 'B형 남자'는 소개시켜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여성이 30% 정도였다. 또 SBS 네티즌 1523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 전체의 50.9%가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혈액형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호기심 많고 창조적. 자유분방하고 적극적인 행동파. 언변 좋아 사람을 잘 사귄다'는 B형. 그래서 B형들은 자기도 모르게 사물에 호기심을 많이 나타내고 자기의견을 나타내는데 주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성격이 저널리스트에 필요한 호기심과 적극성을 키우고, 특히 방송기자에 필요한 달변능력을 배가시키지 않았을까?

 

'대범하지만 완고한 O형'은 어떨까? 아무래도 주요 고비마다 결단력이 강한 정치인의 성향에는 적합하지만, 합리적인 분석과 상황에 대처하는 탄력적 사고가 필요한 기자의 성향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O형은 일찌감치 방송기자 되기를 포기하고 정치권으로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O형 기자들은 내심 정치인의 꿈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혈액형마다 정말 개성이 다를까.

ⓒ google.com

 

 

적어도, SBS 기자가 되려면 B형이 유리하다

 

결과론이지만 SBS 기자들 가운데 B형이 많고 O형이 적은 것은 이런 후천적, 심리적 이유, 그 중에서도 '자기암시' 또는 '자기충족적 예언' 효과에 의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유의할 것이 있다. 104명의 기자가 대한민국 방송기자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표본집단의 규모가 협소하기 때문이다. 표본집단의 범위를 넓힐 경우에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SBS 기자들은 B형이 많고 O형이 적다는 결과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천기누설이지만 적어도 'SBS 기자가 되는데 B형은 유리하고 O형이 불리하다. 특히 여기자는 B형이 엄청 유리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다른 혈액형은 주의하자! 이미 보도국의 'B형 밀본'이 활동을 개시했을 수도 있으니...
 

 

* 출처 : OhMyStar, 2012.02.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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