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들, 알고 보니 '꾼'이라는데…
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
NHL 싸움전문 '인포서' 몸싸움 커질때면 앞장서 팀 사기 높이려 '주먹질'
NHL의 전문 싸움꾼 인포서(enforcer)를 아시나요?
23일(한국시각)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동부 콘퍼런스 8강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캐나다 몬트리올의 벨센터. 2피리어드 도중 몬트리올 캐나디언스의 마이클 코미사렉과 보스턴 브루인스의 밀란 루시치가 심상찮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글러브를 벗어 던진 두 선수가 상대를 향해 연거푸 주먹을 내질렀지만, 심판은 별일 없다는 듯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팬들도 놀라기는커녕 환호를 질렀고 1분여가 흐르자 싸움은 중단됐다. 그리고 5분간 퇴장 명령을 받은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페널티 박스에 들어가 거친 숨을 골랐다.
▲ 빙판 위에서 벌어지는 맨주먹 대결은 팀의 자존심이 걸린‘중요한 승부’다. NHL 각 팀의 인포서는 반드시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중압감을 안고 경기에 나선다. 지난 6일 캘거리 플레임스의 매트 펠레치(왼쪽)와 LA 킹스의 브라이언 보일이 맞붙은 장면./AP
◆화끈함으로 인기 끄는 인포서
NHL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주먹다짐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원칙은 있다. 반드시 1대1로 싸워야 하고, 글러브를 벗은 채 맨주먹 대결을 펼쳐야 한다. 스케이트를 신은 상태에서 날리는 펀치는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러지기도 한다. 싸움을 벌인 두 선수에겐 대부분 5분 퇴장 페널티가 주어진다.
이처럼 경기 중 주먹다짐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NHL의 특수한 룰이다.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다. 물론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대회에선 경기 중 벌어지는 싸움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누구나 싸움을 벌이는 것 같지만 주먹다짐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얼굴이 있다. 공식 포지션은 아니지만 NHL의 각 팀은 싸움 전담 선수 한두명을 두고 있으며 이들을 인포서(enforcer) 혹은 군(goon)이라 부른다. 이들은 주로 공격력이 떨어지는 3~4라인에 배치돼 시원한 골보다는 화끈한 몸싸움을 벌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면 즉각 싸움에 투입된다. 1m90, 110㎏이 넘는 거구들이 대부분이다.
◆팀 분위기는 인포서가 책임진다
현 NHL에서 가장 유명한 인포서는 조지 라라크(33·몬트리올)이다. NHL에서 흔치 않은 흑인 선수인 라라크는 1m91, 115㎏의 육중한 덩치에서 나오는 강 펀치로 알려져 있다. 'NHL 통합 챔피언'으로 불리는 라라크는 굳이 링크에 나오지 않아도 상대팀 벤치가 늘 신경을 쓰는 존재다.
또 다른 흑인 선수 도널드 브라슈어(37·워싱턴)도 알아주는 인포서다. 전설적인 헤비급 복서 조 프레이저에게 복싱을 배웠다는 브라슈어는 속사포 같은 펀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최근엔 올 시즌 들어 254분 동안 페널티 박스에서 시간을 보냈고, 2년 연속 퇴장 시간 1위를 차지한 다니엘 카르실로(24·필라델피아)가 주목받고 있다.
인포서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실은 팀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다. 싸움도 이를 위한 것이다. 팀의 수퍼스타가 상대의 강한 보디체크(body check·몸을 강하게 부딪쳐 상대 공격을 막는 것)를 당했을 때 주로 인포서가 나서 상대선수에게 1대1 결투를 신청한다. 여기서 인포서가 화끈하게 몰아칠 경우 팀의 사기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팀이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을 땐 일부러 싸움판을 벌여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기도 한다.
90년대에 활약했던 인포서 켈리 체이스는 "우리는 올스타전에서 뛰는 것을 꿈꾸지 않았다. 다만 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뭐든지 한다는 각오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 출처 : 조선일보, 2009.04.23 23:22
'BuzzWeb > BUZZ'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봇택시 (0) | 2009.05.21 |
---|---|
[용어]초식남, 건어물녀, 토이남, 어라포 (0) | 2009.05.20 |
‘잠’만 자는 신인류, 초식남 (0) | 2009.05.10 |
세상의 90%는 가난뱅이 (0) | 2009.05.10 |
지지리 궁상은 혁명이다 (0) | 2009.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