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zzWeb/홀로토크

잊혀진 과거는 기억하고 싶은대로...

BUZZWeb 2008. 12. 26. 19:28

인간의 기억은 유한한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기억을 이어가기 위하여 인간은 기록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문자와 종이 그리고 인쇄술의 발명은 위대한 발명 중에 하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 밖에도 인류를 위한 위대한 발명과 발견은 수없이 많다.

중학교 때 독서실이라는게 처음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공부하기 어려워서라기 보다 부모님의 시선을 피하고 조용한 분위기 탓에 공부를 하고 있다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자주 이용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어머니에게 독서실 간다는 얘기를 하지 않고 갔었던 적이 있었다. 자주 가는 독서실이었는데 밤 12시가 되면 주인이 문을 잠그고 사라진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까지는 아무도 출입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좋은 독서실은 총무가 있기도 했지만 출입통제는 불가결한 요소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감옥(?)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땐 밤새도록 그렇게 공부를 했었다. 그런데 1층 독서실 제일 깊은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데 12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부르시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셔터문을 사이에 두고 모자상봉(?)을 했다. 어머니는 내가 이 곳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을 하고 돌아가셨다. 그런데 옆 자리의 친구가 자긴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어떻게 어머니가 온 걸 알았냐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 자리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쉬운 것이 아닌 듯 싶었다. 그런데 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건 내 의식속에 어머니에게 독서실 간다고 얘기하지 않은 사실과 어머니가 올지도 모르다는 잠재의식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지구를 한바퀴도는데 하루면 충분하다. 빛의 속도로 여행을 하는 시대가 되면 1초에 7바퀴반을 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넓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지구상 반대편에 있는 일을 알 수 있는 능력이라는게 존재할 수 있을까?

예전에 초능력, 불가사의에 관한 책들을 즐겨서 읽었던 적이 있다. 그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 미국에 사는 어떤 사람이 미국의 반대편 해안가에서 벌어진 살해 장면을 자신의 눈으로 목격한 적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의 말대로 그 해안가를 뒤져보니 살해된지 얼마 안 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는 살해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그 살해범의 얼굴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었다.

초능력이나 불가사의라고 정의된 많은 것들은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나, 미국의 천리안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그런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들이 가능한 것일까?

혹시 시간이 오랫동안 흘러가면서 이야기에 덧칠을 하게 되고 화자의 생각이 보태어지면서 그렇게 변질된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하이랜더' 처럼 불사의 인간이 존재한다면 제대로 지식이 전해질 수 있을까? 사막 한 가운데 피라미드를 세운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예수는 정말 부활한 것인지를 알 수 있을까?

현실은 왜곡되고 있다. 사실 그대로 전달되기 힘든 것이다. 무엇이 진실이었던지 아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게다. 그냥 각자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다크시티"의 외계인들 처럼 <집단기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해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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