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인터넷 서점의 구매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얘기하기가 쉬울게다. 그러나 이러한 습관은 나의 어릴 적부터 시작한다고 얘기하는게 옳을 듯 하다. 어릴 때 나에겐 놀 꺼리가 많았다. 초등학교 이사올 때 우리 집 이삿짐 더미에서 내 장난감이 제일 큰 쌀가마 포대로 2포대가 넘게 나왔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많았던 것이 책이다. 그림책은 디즈니 동화 전집 부터 유명 출판사의 백과사전까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넓었던 마루에 책을 쌓아놓고 그 안에서 장난감 놀이를 할 만큼 두 가지는 정말 많았다.
어릴 적 친구들이랑 하는 놀이 중에 하나가 백과사전 펴 놓고 퀴즈 놀이를 하는 것이다. 당연히 백과사전을 줄줄줄~ 외워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할만큼 똑똑했다는 뜻은 아니고, 그냥 잡다한 지식을 갇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탓인지 책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다. 읽지도 않으면서 사모으는 버릇이 있는 것이다. 물론 사다 놓고 읽지 않은 책은 거의 없다. 언제가는 읽고 말지만.......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버릇은 여지 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유는 4만원 이상 구매시 택배비를 안 낸다는 이유에서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그 금액을 맞추기 위해 이것저것 잡다하게 사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몇 권을 소개(?)하자면........
마르셀 푸르스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랭크 바움 - 오즈의 마법사(전 14권 완결)
J.R.R. 툴킨 -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잃어버린 시간...'은 만화책까지 구매를 했는데 정작 1권도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오즈의 마법사는 7권까지 읽었는데 그 다음 권부터는 의례적으로 신간 발매할 때마다 구매만 해 두었다. 이제 14권 완간하였으니 마저 읽어볼 참이다. 반지의 제왕은 의외로 전반부가 지겨웠다. 영화는 흥미진진하지만 문체가 딱딱해서인지 읽기가 싶지 않았다. 물론 읽기 시작하면 손을 못 땔만큼은 되겠지만서도........'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런 경우였다. 전 권을 사다 놓고 근 반년만에 읽기 시작해서 일주일만에 해리포터 10권을 다 읽었으니까.
위와 같은 버릇 때문에 집에 책이 수북히 쌓여있는 집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이랑 동화책을 교환해서 많이 읽었다. 메어리 포핀즈나 북유럽권의 동화책은 쉽게 구할 수 없었는데 잘 사는 친구 집에서 전집을 발견하곤 자주 들락거리며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에게 추리소설을 빌려주었다. 또 우리 집을 개축할 때 어머니가 고물상 주인을 불러 내 소설과 학습서를 덩어리채 넘겨주었기에 집안에 책이 많지는 않다.
언젠가 책을 소개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피천득씨의 서재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의외로 그 분의 서재에 꽂힌 책은 많지 않더라는 것이다. 즐겨 읽는 몇 권의 영문서와 낡은 사전류가 있을 뿐이었다. 진정한 문학가에게는 거창한 서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 담긴 책이 중요한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P.S. 2003년 5월 26일 18:30:37 에 적은 글
'BuzzWeb > 홀로토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자는 암호다 (0) | 2008.12.26 |
---|---|
고무뒤주 (0) | 2008.12.26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한글자로 되어 있다 (0) | 2008.12.26 |
배뇨행위... 인간평등 (0) | 2008.12.26 |
도플갱어 - 나도 Reloaded 되었을지도... (0) | 2008.12.26 |